2020 총선에서 공론화 필요한 노동문제는?
2020 총선에서 공론화 필요한 노동문제는?
  • 용윤신 기자
  • 승인 2020.01.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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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사회연구소 제145차 노동포럼 '한국의 노동 2020' 진행
제145차 노동포럼 '한국의 노동 2020 – 10대 의제와 25개 과제' 진행 모습 | 비즈트리뷴
제145차 노동포럼 '한국의 노동 2020 – 10대 의제와 25개 과제' 진행 모습 | 비즈트리뷴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20일 제145차 노동포럼인 ‘한국의 노동 2020’을 20일 종로구 청년재단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30여 명의 참가자들이 이뤄진 가운데, ‘한국의 노동 2020’ 기획단이 선정한 노동 10대 의제와 25개 과제 발표가 진행됐고, 내용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사회를 맡은 이명규 부소장은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기를 넘어서면서 노동개혁 추진 의지가 약화됐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2020 총선을 맞아 불평등·저임금·불안정 등 노동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해, 이를 정책 공약에 반영되도록 할 필요를 바탕으로 진행했다”며 전체 사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 정부 공약에 미치지 못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6년간 3명 이상 사망 재해 사건 사망자의 85%, 부상자의 89%가 하도급업체 소속이며, 2011~15년 30대 기업 재해 사망자의 87%, 부상자의 86%가 하도급업체 소속”이라며 “재벌 대기업의 무분별한 간접고용, 특히 하도급(하청)이 산업재해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현행법상 산재 예방 및 발생 책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6일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보호범위 확대, 도급제한 등 일련의 제도개선이 이뤄졌으나, 그동안 정부가 제시해왔던 공약인 ▲도급 금지 범위, ▲승인·예외 조항, ▲건설기계 장비의 적용, ▲중대재해와 산재 다발 사업장 민형사상 책임 등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불법성을 내포하는 도급계약, 특히 상시적 사내도급·사내하청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관리강화, 단계적으로 유해·위험업종 사내도급 금지 등을 제시했다.

■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제도’ 다시 추진돼야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20여만명 전환하는 정부 정책과 반대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현실을 꼬집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비정규직 규모는 855만 7천명이다. 전체노동자를 100으로 봤을 때 비정규직 비율은 41.6%로, 축소됐던 비정규직 규모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노 소장은 그 원인으로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할 수 있는 입법 미비를 지목했다. 그는  "상시·지속 업무와 생명·안전 업무에는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하고, 계절적 사유나 임신 출산 육아 등 합리적 이유가 있는 상황에만 비정규직을 사용하도록 제한하겠다는 법 개정을 약속했으나 노사간 이견을 이유로 법 개정안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진행이 멈춰있는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제 정당들 최저임금1만원 공약에 대한 책임이 필요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2017년 대통령선거 때 민주당과 정의당, 바른정당은 ‘2020년 최저임금1만원’을 공약했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2022년 최저임금1만원’을 공약했다”며 “2020년 최저임금1만원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으나, 언제까지 이행할 것인지, 2021년인지 2022년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복잡한 임금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유급주휴수당을 무급주휴수당으로 전환하면서 최저임금 20% 인상을 패키지로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위 패키지를 진행하면) 현행법대로 유급주휴수당을 지급하던 사업주에겐 최저임금 동결효과가 발생하고, 현행법을 무시하고 유급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던 사업주에겐 최저임금 20% 인상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노인-청년 세대 간 상생 일자리 제안하기도

세대 간 상생 일자리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토론자였던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세대 간 상생 일자리 생태계 조성’을 과제로 제시했다. 이 과제는 현재 노동시장에 이미 진입해 있는 고령자의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이로 인하여 만들어지는 빈 일자리를 노동시장 진입예정자인 청년으로 고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는 “법정 정년 연장과 청년 일자리를 연계하는 점진적 퇴직과 노동시간 피크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법정 정년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여 현 정부 임기인 2022년부터 국민연금 수급연령인 62세로 하고,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2025년까지 65세 이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장되는 정년 기간에는 점진적 퇴직의 일환으로 숙련 전수, 은퇴준비 등을 위한 별도의 노동시간 상한을 두고, 줄어든 노동시간 이상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고용으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한 성평등 임금공시제

10개 과제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성별임금격차 해소 방안으로 ‘(성평등)임금공시제 실시’가 추가로 제안되기도 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노동시장의 외부화와 비정규직화, 극심한 성별 직무격리 등으로 인해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강제할 수 있는 남성집단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의 실효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현재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고용형태 공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공시제 강화를 위해 상장기업의 사업보고서에 소속 외 근로자도 포함하여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여기에 성별 분리된 총임금을 추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윤정향 선임연구위원, 황수옥 연구위원의 발표가 있었고,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강성태 한양대 법전원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이번 포럼은 ‘노동의제 2020’ 사업의 진행과정에서 중간 결과의 성격을 지닌다. 최종 결과는 2월 중에 정리돼 나올 예정이다.

10대 의제 25개 과제
10대 의제 25개 과제

[비즈트리뷴(세종)=용윤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