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마지막 실적잔치...'대출규제·펀드손실사태' 등 떨어질 일만
금융그룹, 마지막 실적잔치...'대출규제·펀드손실사태' 등 떨어질 일만
  • 김현경 기자
  • 승인 2020.01.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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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그룹, 저금리·저성장에도 지난해 호실적 달성 전망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
DLF·라임사태서 비롯된 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비이자이익 확대 '제동'

국내 금융그룹의 실적 상승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출 성장과 비이자이익 확대를 중심으로 매해 최고 실적을 경신하던 금융그룹들은 대출규제 강화,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축소 등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왼쪽부터)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사진제공=각 사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11조3269억원의 순이익(지배주주)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8년 순이익 10조4704억원 대비 8.2% 증가한 규모로, 저금리 장기화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냈다는 분석이다.

금융그룹별로는 ▲신한금융 3조4806억원 ▲KB금융 3조3322억원 ▲하나금융 2조4896억원 ▲우리금융 2조245억원 등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그룹들의 호실적 배경을 대출 증가에서 찾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핵심 계열사인 은행에서 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4분기 은행 대출이 전분기 대비 1.5~1.6%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2.2%, KB국민은행 3%, KEB하나은행 1.1%, 우리은행 0.2%의 대출 증가세가 예상된다.

보통 4분기는 영업력 저하, 대출수요 감소 등으로 대출 실적이 좋지 않은 시기임을 고려하면 매우 큰 폭의 성장세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정책 영향으로 기업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특히 중소법인 및 개인사업자대출이 4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1%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계대출은 전세자금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과열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확대가 재개되며 전분기 대비 2% 이상 증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NIM(순이자마진)은 4분기에도 6bp 하락해 3분기에 이어 마진 급락세가 예상되지만 4분기 중 1.5%를 상회하는 대출성장률과 대손비용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라며 "판관비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해 NIM 추가 하락에도 수익성은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호실적도 지난해가 마지막일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라임사태에서 비롯된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제한 등으로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서다.

실제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NIM은 하락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의 NIM은 지난해 1분기 1.60%에서 3분기 1.53%로 7bp(1bp=0.01%)하락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1.71%에서 1.67%로 4bp 떨어졌다. KEB하나은행은 1.55%에서 1.47%로, 우리은행은 1.52%에서 1.40%로 각각 8bp, 12bp씩 하락했다.  

NIM 하락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의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 제한 방침으로 최근 금융그룹들이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도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고위험 사모펀드를 은행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고위험 사모펀드 금지 방안은 향후 금융당국의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법안 개정이 끝나야 본격적으로 시행되지만 이미 우리·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현재 자체적으로 고위험 사모펀드를 취급하고 있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으로는 사실상 작년이 마지막으로 좋았던 거고 앞으론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보고 있다"며 "대출 규제도 그렇지만 그동안 비이자이익을 많이 키워왔는데 지금은 아예 그런 분위기 자체를 조성하기 어려워서 올해부터는 수익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