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본기'가 탄탄한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화려함은 덤'
[시승기] '기본기'가 탄탄한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화려함은 덤'
  • 설동협 기자
  • 승인 2020.01.1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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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뭐 있어?...잘 달리고 잘 서고 그러면 되는거지"

쉐보레가 중형 세단 '더 뉴 말리부' 출시 당시 내세웠던 슬로건. 말 그대로 '기본기'에 충실함을 강조한 듯한 문구였다.

말리부와 동일한 엔진(1.35 E-Turbo)이 탑재된 한국지엠(GM)의 야심작 준중형급 SUV '트레일블레이저(Trailblazer)'는 어떨까. 말리부의 기본기를 이어받으면서도 화려한 외형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트레일블레이저|한국GM 제공
트레일블레이저|한국GM 제공
지난 16일, 트레일블레이저 RS(랠리 스포츠) AWD 트림 풀옵션 모델로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김포시 양촌읍의 목적지까지 왕복 약 90㎞를 시승했다.

먼저, 외관이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전면부를 가만히 보면 쉐보레의 고성능 머슬카 '카마로 ZL1' 모델이 떠오른다. 다만, SUV 특유의 덩치가 있는만큼, 이른바 '살찐 카마로'라는 느낌이 든다. 때문에 SUV 차량임에도 선이 진하고 날렵해, 스포티하면서도 고성능의 퍼포먼스를 뽐낼 것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전면부 그릴의 'RS' 레드라인 레터링과 블랙 보타이, D컷 스티어링 휠 등 전용 디자인 요소를 통해 스포티한 감성을 더욱 살렸다. 측면의 1열부터 2열까지 길게 새겨진 각진 캐릭터라인을 통해 준중형임에도 차가 상당히 길어보이도록 이뤄져 있었다. 후면 하단 부분의 카본 리어댐과 같은 부분도 인상적이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전장은 4410㎜, 전폭과 전고는 각각 1810㎜, 1635㎜로 동급 차종에선 제일 큰 차체를 자랑한다. 때문에 실내 부분도 상당히 여유있는 공간을 확보한 모습이다.
트레일블레이저 전면부|사진=설동협 기자
트레일블레이저 전면부|사진=설동협 기자
조수석에서도 다리를 어느정도 뻗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었고, 뒷좌석도 성인 남성 기준 레그룸이 넉넉했다.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인테리어가 아닐까 싶다. 미국차 특유의 '투박함'이 젊은 세대에게는 호보다는 불에 가깝기 때문이다. 트레일블레이저의 타깃 고객층이 20~40대이기에 더욱 그렇다. 요즘 국산차에는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풀디지털 클러스터 ▲엠비언트 라이트 등 젊은 세대의 감성적인 부분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빠져있다는 게 아쉽다.

다만, '무선 카플레이',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발을 훑는 것만으로 트렁크가 열리는 '프로젝션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게이트' 등 편의 사양이 향상된 점은 만족스럽다.

본격 시승을 시작했다. RS 사륜구동(AWD) 모델은 최고출력 156마력(PS), 최대토크 24.1kg.m의 힘을 낸다. 변속기는 9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초반 가속력은 쉐보레 차량의 특성상 치고 나가는 느낌은 없다. 조금만 악셀을 밟아도 치고 나가는 반비례 타입의 국산차와는 달리, 쉐보레는 비례 타입이기 때문에 밟는만큼만 속도가 오른다. 다만, 기존 쉐보레 차량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크게 굼뜨다라는 느낌을 받진 않는다. 오히려, 밟을 수록 잘 가고 밟을 수록 잘 선다는 부분이 기본기에 충실한 듯 해 만족스럽다.

터보 엔진 특성상 일정 속도에 도달하니 가속력이 상당했다. 특히 고속 주행시에도 핸들링이 안정적인 부분이 인상적이다. 급제동 시에도 크게 밀린다는 느낌없이 잘 서는 모습을 보였다. 배기량 대비 넉넉한 18인치급 사이즈의 휠을 통해 코너링에서도 부드러운 퍼포먼스를 보였다.

자율주행 기능과 관련해서는 기존 쉐보레 타 차량에 비해 뛰어난 점은 없다. 차간 거리, 차선 유지, 긴급 제동 등 필요한 기능들은 대거 탑재돼 큰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다.
 
트레일블레이저 후면부|사진=설동협 기자
트레일블레이저 후면부|사진=설동협 기자
시승을 마친 후, 확인한 평균 복합 연비는 11.2km/l. 공인 연비인 11.6km/l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탄탄한 기본기에 외형적인 화려함을 입힌 SUV였다. 날렵한 디자인과 스포츠 감성의 SUV에 잘 가고 잘 서는 기본기가 탄탄한 차를 원한다면, 눈여겨 볼 만 하다.

[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