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산업 후퇴시키는 금융위의 이상한 행보
[기자수첩] 금융산업 후퇴시키는 금융위의 이상한 행보
  • 박재찬 기자
  • 승인 2020.01.16 14: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그동안 문제가 됐던 보험상품 모집수수료와 사업비체계 개선을 골자로 한 ‘보험업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금융위는 보험산업 과열경쟁의 원인으로 지목된 보험계약 모집수수료 체계를 바꿔 설계사의 계약 1차년도 수수료 등이 소비자의 납입 보험료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보험계약 이후 유지관리 강화를 위해 분급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보장성보험의 표준해약공제액을 낮춰 소비자의 해약환급금을 늘리고 보험료는 낮추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보험료 추가납입제도가 보장성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해 판매하게 하는 원인으로 보고, 보장성보험의 추가납입 한도를 현행  2배에서 1배로 축소하기로 했다. 그동안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보장성보험의 추가납입을 납입보험료의 2배까지 제시했고, 추가납입시 소비자의 해약환급률이 높아져 저축 효과가 발생했다.

금융위는 “보장성보험의 추가납입은 위험보장의 증가없이 적립금만 증가시켜 보장성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판매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추가납입의 위험보장 증가가 없는 이유는 월납보험료에 추가로 납입한 금액은 사업비 제외없이 소비자의 해지환급금에 거의 다 적립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납보험료가 10만원인 5년납 보장성보험에 추가납입제도를 활용한다면, 매월 3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5년간 추가납입 시 사업비 삭감없이 적립금이 보험료 더해져 이자가 복리로 쌓이는 저축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추가납입제도는 자금에 여유가 있는 소비자의 정상적인 금융활동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의 추가납입 축소는 일부 고객이 보장성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했다는 이유로 전체 소비자의 정상적인 금융활동을 금융위가 억제한 것이 된다.

최근 금융위의 행보는 이상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DLF(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 사태’도 금융위는 고위험 파생투자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났다는 이유로 은행에 투자손실에 대한 배상책임을 물리고, 앞으로 원리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투자상품은 아예 팔지 못하게 했다.

또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중도해지 할 경우 해지환급금이 없는 ‘무해지·저해지보험’에 대해서도 주의보를 내려 나쁜 상품으로 낙인찍었다.

금융위의 이런 조치들은 자동차 사고가 늘어났으니 자동차를 만들지 말고, 속도가 느린 자동차만 만들자는 꼴이다. 소비자가 보장성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해 가입했다면 금융당국은 이런 사례가 줄도록 소비자 금융교육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불완전판매를 한 보험설계사에게도 적당한 교육과 제재를 가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가 금융상품을 오인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소비자의 금융활동 자체를 억제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금융위가 되레 금융산업의 후퇴를 도모하는 일이다.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소비자의 금융활동을 억제하거나 금지할 것이 아니라, 금융교육을 확대해 정상적인 금융활동을 권장하고, 금융사의 상품 개발과 투자 고도화를 유도하는 것이 금융산업 선진화로 가는 길이 아닐까.

 

[비즈트리뷴=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