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콧대높던 위스키, 불황에 휘청...공장폐쇄·철수 '생존 위기'
[이슈분석] 콧대높던 위스키, 불황에 휘청...공장폐쇄·철수 '생존 위기'
  • 전지현
  • 승인 2020.01.14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스키 '맥캘란' 영국 에드링턴 다음달말 한국법인 철수

'최고급 술’이란 강한 자존심으로 콧대가 한없이 높았던 국내 위스키 업계가 장기 불황에 휘청이고 있다. 경기침체와 순한 술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소비가 감소한데 이어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에 생존위기에 봉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맥캘란'으로 잘 알려진 영국 위스키 회사 에드링턴 코리아는 최근 영국 본사로부터 한국 시장 철수 방침을 통보받았다. 다음 달 말 국내 법인 철수를 결정하고 직원들과 관련 절차를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에드링턴코리아.
사진=에드링턴코리아.

에드링턴코리아는 맥켈란과 하일랜드파크, 글렌로티스 등 싱글몰트위스키와 스카이, 스노우 레오퍼드 등 보드카를 수입 유통해왔다. 따라서 에드링턴의 유명 위스키 제품은 지금처럼 한국 자회사가 아닌 다른 국내 업체를 통해 유통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매각하고 가격 낮춰도 벗어나지 못하는 '위기 탈출'

최근 몇년새 위스키업계는 실적악화에 따른 수난을 지속해왔다. 위스키업계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경기 이천 공장 가동을 오는 6월 중단키로 결정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1981년 설립된 이 공장을 매입, 20년간 수출용 ‘스미노프’와 군납용 ‘윈저’를 생산해왔다.

위스키업계 3위인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지난해 초 한국법인 '임페리얼'을 매각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임페리얼 판권을 드링스인터내셔널으로 넘긴 뒤 구조조정을 통해 220여명이었던 정규직을 90여명으로 축소했다. 앞서 2014년에는 경기 이천 공장을 하이트진로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위스키업계는 제품 가격 인하를 실시한다. 드링크인터내셔널은 지난해 8월 업계 처음으로 저도주 '임페리얼 스무스' 가격을 15% 내린데 이어 3개월 뒤 임페리얼 주력 제품(12년·17년·임페리얼35)도 7.1~21.5% 인하했다.

골든블루 역시 제품 4종(골든블루사피루스·팬텀디오리지널·팬텀디오리지널17·팬텀더화이트)를 4.2~30.1%, 디아지오코리아 역시 주력제품 6종(윈저·W시리즈·딤플 등) 출고가를 4.4~ 20% 낮췄다.

위스계기업들이 이같은 행보에 나서는 데는 올해 6월부터 시행되는 ‘주류 리베이트(판매 장려금) 쌍벌제’ 영향도 한몫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는 위스키업계에서 이뤄졌던 오랜 관행으로, 주류 거래 시 리베이트를 주는 회사뿐 아니라 받은 도매·중개업자도 처벌하는 내용이 핵심. 리베이트 관행 근절로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위스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위스키시장은 10년째 하향 곡선을 그리는 등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기업들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 저가 위스키 라인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노력에 힘쓰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