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분양시장, ’종로 한라비발디 운종가’ 등 오피스텔 급부상
얼어붙은 분양시장, ’종로 한라비발디 운종가’ 등 오피스텔 급부상
  • 김유진 기자
  • 승인 2020.01.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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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대책 후 안정투자재산으로 부활조짐

1500조원 vs 130조2000억원.

앞의 숫자는 현재 한반도 상공에서 유령처럼 정처없이 떠돌고 있는 유동성이고, 후자는 한국은행이 올해 국채매입을 통해 시중에 풀겠다는 자금규모다.그야말로 천문학적 숫자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격화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국제정세 긴장고조,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가 급상승, 정책실패에 따른 미래형 산업으로의 시기상실과 구조적 불황, 변동성 확대, 끝없는 경제심리 추락 등으로 이 엄청난 규모의 자금중 일부가 서서히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당장의 수익성 보다는 ‘조금이라도’ 안전한 투자처를 찾고 있는 것이다.

12.16대책이후 오피스텔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사실상 주택자금대출금지로도 일컬어질 수 있는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분야로서는 ‘투자’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은행 정기예금, 부동산으로서는 수원,  청주, 대전, 부산 등 비수도권 지역의 9억원대 미만 신규 아파트가 대표 선수로 꼽히고 있다.

한국은행까지 가세한 풍부한 유동성, 갈 길 잃고…정기예금의 부활(?)

실제 우리은행이 지난 2일 1조 원 한도로 내놓은 ‘우리고객님 고맙습니다 정기예금’은 상품을 내놓은 지  5일 만에 완판됐다.  금리는 1년 최고 연 1.9%, 2년 최고 연 2.0%였다.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데다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최저 한도 기준의 증가까지 겹쳐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파라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시중 5대 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46조1,000억여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9%(47조7,000억 원)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지난 2016년 12월 정기예금 잔액은 505조3,000억 원이다. 3년 사이 140조8,000억 원 가량 증가한 것이다.

자산의 증식보다는 안전자산의 축적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짙어진다는 뜻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금리 하락기에 투자자들이 재테크 전략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뭉칫돈이 몰려다니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올해중 돈을 더욱 풀 예정이어서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0년 통화신용정책 운용 방향’은 국고채 매입방식을 통해 한은이 시중에 돈을 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이는 국채 발행물량 증가과 맞물린다. 결국 경기진작을 위해서다.

정부는 올해 국채 발행 규모를 올해보다 28조5000억원 늘린 130조2000억원으로 잡았다. 국채 공급이 증가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해 시장금리가 치솟는다.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낮춘 한은이 이 같은 구축효과(정부가 국채 발행 확대로 시장금리를 밀어 올려 민간의 소비·투자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를 차단하기 위해 국채 매입에 나섰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한은은 현재 16조원가량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 물량 가운데 올해중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는 2조5000억원어치에 이른다. 한은은 올해 국채를 2조5000억원어치 이상 사들일 방침이다. 한은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트럼프 쇼크’로 국채 금리가 치솟을 당시처럼 시장 안정 목적으로 국채를 사들일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한은의 이 같은 유동성공급 확대가 과연 경기진작으로 바로 이어지느냐이다.
 
결국 시중에 돈은 늘어나는데, 현재와 같이 기업경쟁력 약화, 경기침체, 소비심리위축 등이 계속된다면 이들 풍부한 자금들이 구중장천에서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바람처럼 이리저리 흘러다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2.16 대책의 위력

이런 가운데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 전문가들은 올해 집값의 주요 변수로 풍부한 유동자금과 기준 금리, 보유세 강화 등을 꼽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으로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주로 아파트) 구입을 위한 담보대출과 9억원 초과 주택 구매·보유자의 전세자금대출까지 차단했다. 더 이상 무리하게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책표명이다.

문제는 저금리다. 지난해 11월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은행권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45%로, 전달보다 0.05%p 하락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0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4월 총선 결과와 6월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면제가 끝나는 시점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고가 주택이나 다주택을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다. 정부가 지난해 12월15일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의 핵심은 세(稅) 부담 강화다. 신규 대출 금지와 기존 대출 회수를 비롯해 각종 세금의 기준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기로 했다. 내년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세 9억~15억원은 70%, 15억원~30억원은 75%, 30억원 이상은 8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실수요 주택 보유자까지 보유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조정대상지역 내 고가·다주택자들이 올해 6월 말까지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중심으로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오피스텔, 구원투수로 나서나…종로 한라비발디 운종가 등 주목

실물시장이 이 처럼 어렵게 돌아가자 안정자산 투자대상으로 오피스텔이 새로운 구원투수로 등장, 주목을 받고 있다. 투자가치 하락 등으로 ‘한물 갔다’던 평을 들었던 오피스텔의 화려한 부활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배후 수요가 튼튼한 도심 핵심권으로 한정돼 수요가 일고 있지만, 가성비, 건축적 특수성, 교통망, 공실률 발생 차단 등의 조건을 갖출 경우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임대 수요자가 늘 대기하고 있는 문화 및 교통요충지의 도심내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시장을 볼 수 있는)은 지금과 같은 위축된 투자시장에서는  최고의 투자처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오피스텔분양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종로 한라비발디 운종가’가 대표적 사례다.

이 같은 실물경제상황과는 별도로 ‘2020 미래건축문화대상’을 거머쥘 정도로 세계적 건축가인 승효상의 설계, 임옥상화백의 참여 등 설계, 조경, 미술, 인테리어의 각 분야를 거물들이 주도하고 있어 일찍부터 화제몰이는 예상돼 왔다.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높인 설계에 청계천을 눈앞 실개울로 둔 ‘호텔형’ 최고급 오피스텔을 구상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를 더해왔다.

12.16 대책 발표를 계기로 그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 분양을 맡고 있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분양대행사 레스비의 원형택이사는 “대책 발표 이전에 비해 계약성사율은 3~4배, 문의비율은 7~8배이상 증가하는 등 얼어붙은 아파트분양시장과는 달리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서울도심의 랜드마크라는 소문이 돌면서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투자대상으로 삼으려는 분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식 마감재에 여러모로 최고를 지향하고 있는데다, 풍부한 배후로 월세 70만~80만원 이상의 고정적 수입이 확실시되고 있는 점도 투자유인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특히 547세대의 현재 분양중인 오피스텔가운데 최대 규모와 다양한 생활편의시설 완비, 동묘역 신설동역 동대문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등을 중심으로 1호선, 2호선, 4호선, 6호선, 우이신설경전철이 지나고 있어 시내 최고의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다.

상품경쟁력만 있다면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종로 한라비발디 운종가’는 입증하고 있다.

오피스텔의 부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