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 "12·16 대책, 주거복지정책과 실질적 관련 없다" 한목소리
부동산 전문가들 "12·16 대책, 주거복지정책과 실질적 관련 없다" 한목소리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01.0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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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세로 본 주거복지정책' 신년 기획토론회ㅣ비즈트리뷴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부동산세로 본 주거복지정책' 신년 기획토론회ㅣ비즈트리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세 대책은 주거 복지와 관련이 없다."

지난 6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1대회의실에서 열린 '부동산세로 본 주거복지정책' 신년 기획토론회.  이 자리에 참석한 패널들은 한 목소리로  "12·16 정부의 부동산 세금 정책이 주거복지와 연관성이 없으며, 패러다임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위원들은 토론 의제인 '부동산세로 본 주거복지정책'이라는 문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토론자로는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최균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 소장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세금은 주거복지에 도움 안 돼"

먼저 발언에 나선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금을 올려서는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뜻하는 주거복지에 도움이 될 수 없다"며, "세금과 주거복지의 연계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지난 2-3년간 주택가격 상승은 주로 서울시 등에서 재건축, 재개발을 어렵게 해 신축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데 있다"며 "세금은 기껏해야 자산의 내재가치를 낮추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재산가치를 낮추기 위해 세금을 올린다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발언하는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ㅣ비즈트리뷴
발언하는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ㅣ비즈트리뷴

손 교수는 "정부의 주택세금부담을 올리는 정책이 국민경제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세금으로 주택가격을 내릴 수 있다고 해도 낮은 가격에 주택을 산 사람은 높은 세부담을 해야 하고, 높은 세금이 주택공급을 줄여 오히려 가격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등락이 잦은 부동산 가격 사이클을 '조세'라는 경직적 수단으로 조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빵 가격 낮추려고 세금 올리나... 집도 생필품"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세금을 올려 주거비용을 낮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볼 때 단순히 '팔지 않기' 때문"이라며 "좋은 주택일수록 공급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 설명했다.

또 "생필품인 빵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세금을 올린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삶의 필수요건인 집도 이와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또 "보유세를 인상하면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발생해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특정 지역에는 서민들이 살 수가 없고, 한편으로는 주택 개량 유인이 사라져 임차인은 질 낮은 주거환경에서 거주(슬럼화)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주택 가격 상승을 빌미로 세수 확보를 통해 누군가는 배를 불리고, 풍선효과 등으로 서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위 소득계층보다 하위 소득 계층 주거안정 신경 써야"

최균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저소득계층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 제언'에서, "상위 소득계층의 주택보유 행태에 대한 합리적 규제도 필요하지만, 하위 소득 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추구해야 할 주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현대 대부분의 주거급여 수급자는 월 161~267천원의 급여를 받고 있는데 이는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며, "주거급여의 대상을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하고, 급여 수준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청년의 주거빈곤에 대해 강조했다. 최 교수는 "가구주 연령이 20~34세인 청년 가구 중 29만 가구(11.3%)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이며, 주거빈곤 상태에 있는 청년 가구는 총 45만 가구(17.6%)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의 고용문제와 더불어 주거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줘야 할 문제"라며, "'사회적 주택'과 '공유형(셰어형) 주택' 확대 공급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쪽방촌 주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기존의 주택개량사업, 재개발사업, 집단이주사업보다는,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도시재생사업으로 수요를 흡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공급과잉시장 패러다임 형성...거래 촉진해야"

박영신 한국경제신문 부동산연구소장은 "지금 2020년의 부동산 시장은 예전과 달라졌으나, 접근법은 달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혼란과 피해가 많다"면서, "국내 주택시장도 이제 공급과잉시장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어 '거래세 완화' 프레임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국내는 2010년을 기점으로 큰 틀에서 주택시장 수급불균형 해소 단계(주택보급률 100.5%)로 진입했다"면서 2017년 기준 국내 전국 평균 주택보급률은 102.3%(서울 96.3%, 경기 99.5%, 나머지는 모두 100% 상회)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110%를 넘어서면 완전 공급과잉시장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데, "서울과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100%를 넘어 안정권에 들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인위적 가격 규제를 통한 거래시장 안정'이란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 집값을 시장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최근 5년 새 세계 주요 도시 집값 상승률은 베를린 63.1%, 시드니 54.8%, 상하이 52.5%, 런던 39.6%으로, 서울(18.9%)의 경우 집값이 많이 불안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는 대도시의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집값이 폭등했어도 국가와 지자체가 차분하게 대응책을 강구하고 청년과 극빈층  등의 주택·임대난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베를린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박 소장은 또 "부동산 정책의 '정치적 이념 프레임'의 탈출도 시급하다"면서 "보수나 진보 등 정치적 이념 성향에 전도된 관점에서 부동산정책을 평가할 경우, 제대로 된 진단과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