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별 아닌 업무 성과로 성과급 줬더니 5년만에 이익 70% 늘어난 보험사
직급별 아닌 업무 성과로 성과급 줬더니 5년만에 이익 70% 늘어난 보험사
  • 박재찬 기자
  • 승인 2020.01.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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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성과주의' 앞세워 경영효율 높이기 나서
교보생명, 직급·직무 따라 급여 결정하는 ‘직무급제’ 도입
메리츠화재, 업무 성과 따라 성과급 차등해 5년 사이 이익 급증

고령화·저출산·저금리 등으로 지난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보험사들이 성과주의를 앞세워 경영효율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직원들의 직무에 따라 급여를 차별화하거나 직원 등급에 따라 성과급을 차별화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업적에 따른 보상을 더욱 세분화 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5년 전 성과급을 차별화하는 제도를 도입해 이익급증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그동안 임원·조직장에게만 적용했던 직무급제를 노사간 상호 협의를 통해 올해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본격 시행했다. 금융계에서 직무급제를 일반사원까지 확대한 기업은 교보생명이 처음이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직무급제는 일의 중요도와 난이도, 업무 성격과 책임 정도 등에 따라 급여가 결정된다.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분석·평가해 직무를 세분화하고 상위직무를 수행하는 직원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주는 선진 인사제도다.

이 제도는 기준에 따라 직무급을 구분하고 급여의 일정 부분을 각 직무등급에 맞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직급보다 더 높은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 더 높은 직무급을 받지만, 반대로 높은 직급이지만 직급보다 낮은 직무를 수행한다면 직무급이 낮아지면서 연봉도 일정 부분 줄어든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직무급제는 각 직원의 직급에 따른 직무 성과를 극대화하는 제도로 성과주의를 표방한다”며 “대부분의 직원들이 직무급제 도입으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환영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보험사 중 가장 먼저 ‘성과주의’와 ‘실용주의’를 앞세운 회사는 메리츠화재다. 다만, 교보생명이 직원들의 급여체계를 직접 손봤다면, 메리츠화재는 성과급으로 직원들의 업무성과에 따른 보상을 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부회장이 취임한 첫해부터 ‘아메바 경영’을 도입했다. 아메바 경영은 회사의 손익을 가장 중요한 성과지표로 두고, 회사의 손익은 성과급의 재원이 돼 각 직원에게 고과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아메바 경영의 특징은 조직 세분화를 통해 각 직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투명하게 경영정보와 각 부문 업무를 공유하는 것이다.

아메바 경영 도입 이후 지난 5년간 메리츠화재는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3분기 영업수익은 7조4612억원으로 김 회장 취임 전인 2014년 3분기와 비교해 무려 67.5%가 늘었다. 같은 기간 보험료수익은 54.1%, 원수보험료는 53%가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31%나 증가했다. 메리츠화재의 호실적을 이끈 장기인보험의 원수보험료는 5년 사이 65.8%나 증가했다.

보험업계는 고령화·저출산과 경기불황으로 보험영업 실적이 해마다 악화됐고, 지난해부터는 저금리로 인해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22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자본확충 압박까지 받고 있다. 그동안 각 보험사는 조직개편과 희망퇴직 등으로 경영 슬림화에 나섰다. 지난해 9월까지 생보사 임직원 2만5421명으로 3년 전인 2016년 대비 6.8% 감소했고, 같은 기간 점포수는 20%, 전속설계사 수는 무려 92%나 감소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불황에 시달리는 보험사들은 그동안 조직개편, 지점통·폐합, 희망퇴직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비용감축을 효과를 봤다”며 “앞으로는 중장기적인 경영전략을 갖고 직원들의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성과급·급여제도 개선을 통한 이익창출을 극대화를 꾀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