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2020 줄탁동시 啐啄同時
[데스크칼럼] 2020 줄탁동시 啐啄同時
  • 이규석
  • 승인 2020.01.04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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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코엑스에서 경제단체장과 전국 상의 회장 등 경제인들이 참석해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내빈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3일 취임사에서 '줄탁동시(啐啄同時)' 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이 말은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동시에 함께 쪼아야 한다는 의미다. 무언가 성과를 내기위해서는 양쪽에서 노력해야 유의미한 결실을 맺을 수있다는 뜻이다.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수사를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인데다 검찰이 개혁대상이냐, 검찰 중립이 우선아니냐는 등 논란은 팽팽하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우리 경제 주체의 '줄탁동시'다.

신년사를 보면 청와대나 정부, 주요그룹 총수가 바라보는 2020년 한국경제의 현실인식 부터가 다르다.

경제단체장들은 2020년을 맞는 신년사에서 일제히 우리 경제가 위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신년사에서 "모든 것을 원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새 틀을 만들어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신년사에서 "고령화·저성장·저소비가 '새로운 일반'(뉴노멀)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세계 무역의 양적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내년 우리 경제 전망과 관련, "구조적 장벽 때문에 성장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하나같이 비장하고 간절함이 묻어난다.

반면 경제 관료의 메시지는 결이 다소 다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신년사에서 "올 한 해는 글로벌경제와 함께 우리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아져 전반적으로 '경기회복의 흐름'을 보여주리라 전망되고 또 그렇게 믿는다. 경제회복과 도약의 모멘텀 기회를 반드시 살려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부장관은 "새해 우리 경제와 산업은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내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과 투자 부진, 제조업 고용 감소 등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국내외 유수의 기관들이 그간 우리 경제를 짓눌렀던 글로벌 경기와 교역, 반도체 업황 등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새해벽두에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업인들의 신년사와는 다소간 온도차가 느껴진다.  

지난해의 우리 경제 성적표가 어떠했나. 지난해 한국 수출은 5424억 달러에 그쳐 전년도에 비해 10.3%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지난 2009년(-13.9%) 이후 꼭 10년 만이다. 게다가 수출은 2018년 12월 이후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50~60대 일자리가 늘었다고는 하나, 국민혈세로 만들어낸 일자리가 적지않다. 정작 경제의 핵심인 40대 일자리는 갈수록 줄고있다. 우리 경제 곳곳의 부실이 경제지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대한상의 박 회장은 3일 신년인사회에서 "나라 밖으로는 수출길을, 안으로는 투자길을 터 줘야 하는데 해외 열강간의 패권다툼 등으로 올해도 '좁은 수출길'을 전망하는 분들이 많다"며 "관건은 한국경제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 기업의 자발적 투자 수요를 창출하는 데 달려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달라는 호소다.

집권여당과 정부는 진정성있게 기업인들의 현장 목소리에 화답해야한다. 실패한 경제정책 기조의 전면 전환도 검토해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귀를 막아서는 안된다. 

정치권과 정부, 기업인들의 즐탁동시.

기업인들이 알안에서 안간힘을 다하며 쪼으고 있는 만큼 청와대와 국회도 알 밖에서 각종 규제 정책들을 걷어내주길 소망한다. 그래야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이 강조하는 민간부문의 역동성도 회복하지않겠는가. 그래야 홍남기 부총리가 신년사에서 언급한, 한국경제의 '연비어약(鳶飛魚躍 솔개의 하늘솟음과 물고기의 수면 차기)'도 볼 수 있지않겠는가.  

[비즈트리뷴=이규석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