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경영분쟁] 한진家, 母子 화해에 복잡해진 갈등 구도
[한진 경영분쟁] 한진家, 母子 화해에 복잡해진 갈등 구도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12.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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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가(家)의 갈등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공식적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최근 갈등을 빚던 조 회장과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화해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가족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갈등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두고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30일 조 회장과 모친 이 고문은 공동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조 회장은 이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했고 이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며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간의 화합을 통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사과는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조 회장이 이 고문의 종로구 평창동 자택을 찾아가 격한 갈등을 빚고 꽃병 등 집기를 파손한지 약 이틀만이다. 이들의 화해 의미를 두고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이미지=이용지 기자
이미지=이용지 기자

그도 그럴 것이 조 회장과 모친의 갈등의 배경에는 조 회장의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의 반발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조 회장은 모친이 조 전 부사장과의 갈등에서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과격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23일 조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 회장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이번 갈등의 봉합이 남매간 갈등에서 이 고문이 조 회장의 편에 서겠다는 의미인지, 혹은 갈등과 별개로 장녀의 편에 서있다는 의미인지 다양한 추측이 나오는 중이다. 아울러 현재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은 3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의사도 이번 갈등에서 적잖은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조 회장 외의 가족이 뭉쳐 반발할 수 있지만 모친과의 화해가 이뤄진 것처럼 남매간의 갈등도 봉합될 가능성이 있다. 

남매간 갈등으로 보이던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이처럼 복잡해진 3남매와 그의 모친에게 비슷한 규모의 지주사 한진칼 지분이 상속됐기 때문이다. 조 회장 외의 가족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

현재 조 회장은 한진칼의 지분 6.52%를, 조 전 부사장과 조 전무도 각각 6.49%, 6.47%를 소유하고 있고 이 고문은 5.3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한진칼에 대한 경영권 분쟁을 진행 중인 사모펀드 KCGI는 17.14%의 지분을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한진가 일부와 손을 잡게 될 경우에는 새로운 변수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로서 오너일가의 갈등 구도가 명확하지 않지만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결국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총이 이들 분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남매간의 갈등에 대한 다른 가족의 속내는 그룹 내부에서도 몇몇 소수에게만 알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과의 의미를 어떻게 봐야할지도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