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차보험료 찔끔 올리는 손보사, 내년 대부분 상품 보험료 올린다
실손·차보험료 찔끔 올리는 손보사, 내년 대부분 상품 보험료 올린다
  • 박재찬 기자
  • 승인 2019.12.2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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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에도 당국 압박에 인상폭 낮춰
손실 줄이기 위해 다른 상품 보험료 대폭 인상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등에도 원하는 만큼 보험료 인상을 못하게 된 손해보험사들이 내년 다른 상품의 보험료를 일제히 인상해 수익 보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음에도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보험료 인상폭을 줄일 수밖에 없었는데, 내년엔 당국의 눈치가 덜 보이는 상품의 보험료를 인상해 손해율 극복에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보험사 CEO 간담회 자리에서 자동차보험 3.5~4%, 실손보험 9%대로 내년 보험료 인상폭을 사실상 결정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올해 3분기까지 손보업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00%를 돌파, 적정 손해율 78~80%를 훌쩍 넘어섰다. 같은 기간 실손보험 손해율도 130%로 전년 동기 대비 16.9%포인트나 급등했다.

실손·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올해 손보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3분기까지 전체 손보사 실적은 1조68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나 감소했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화재가 35.1%, 현대해상 33.9%, DB손해보험 27.2% 등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소형사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화손보는 무려 86.6%, 롯데손보가 44.3%의 실적 감소를 보였다.

실적이 악화되자 손보업계는 내년 실손·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주장했다. 손보사가 주장한 인상폭은 자동차보험료 5%, 실손보험료 15% 수준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손보사들의 보험료 인상률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통상적으로 보험료 인상은 보험연구원에 보험료율 검증 의뢰를 통해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하지만 실손·자동차보험은 많은 국민이 가입하고 있는 상품인 만큼 보험료 인상 시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결국 금융위는 내년에 자동차보험 관련 제도개선으로 나타날 효과 1~1.5%를 인상요율 산정에 반영해 할 것을 주문했고, 실손보험도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한 자릿수 인상을 권고했다. 여기에 19일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은성수 위원장이 “보험업계에 과도한 보험료 인상 자제”를 직접 주문까지 했다.

이렇게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실손·자동차보험료를 원하는 만큼의 인상하지 못한 손보사들은 내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 1월과 4월 각각 상품개정을 통해 예정이율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예정이율은 보장성보험에서 거둬들인 보험료를 운용한 예상 수익률로, 예정이율을 인하하면 보험소비자가 납입하는 보험료는 인상된다.

내년 실손·자동차보험 인상이 확정된 가운데 다른 상품의 보험료까지 인상된다면 대부분의 보험상품 보험료가 일제히 오르게 된다. 또, 다른 보험상품의 인상폭은 실손·자동차보험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해율이 높은 장기인보험은 최대 10% 이상의 보험료 인상까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실손·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 만큼 손보사들이 내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상품들의 보험료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