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경영분쟁] 장녀 조현아, 복직 실패가 갈등으로
[한진 경영분쟁] 장녀 조현아, 복직 실패가 갈등으로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12.2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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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가(家)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공식적으로 남동생 조원태 한진칼 회장에게 반기를 들면서 ‘남매의 난’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의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조 전 부사장의 복직이 좌절되면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내야하는 한진가 3남매에게 복직은 상속을 위한 재원마련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가 3남매 중 복직에 실패한 것은 조 전 부사장 뿐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최근 정기인사 직전까지도 조 전 부사장의 복직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조짐은 있었다. 조 회장이 4월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6월 막내 여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고 모친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정석기업 고문을 맡아 경영에 복귀했기 때문. 

조 전 부사장이 이들과 함께 복귀하지 못한 것도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밀수혐의 등의 재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ㅣ사진=한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ㅣ사진=한진그룹

문제는 조 전 부사장이 11월 한진그룹 정기인사에서도 복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들 3남매에게 경영복귀 여부는 상속세의 납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안이다. 급여 등으로 소득을 만들지 못하면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지분에 대한 상속세를 납부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미 조 전 부사장은 4년 가까이 ‘무직’이 이어져온 상황.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상속세는 약 27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조 전 부사장이 부담하는 상속세는 약 600억원에 달한다. 배당소득만으로는 분납을 감안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현금 마련에 실패해 상속받은 한진칼의 지분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경우 다른 경영 복귀한 남매와 보유 지분에 있어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반발하고 나선 배경에도 ‘복귀 무산’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조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가족 간에 화합해 경영해 나가야 했지만 조 회장은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경영 복귀 등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다른 가족의 입장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이 ‘가족간 협의’에 무성의했다고 지적한다는 점에서 다른 남매의 반발이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반면 이번 한진그룹의 정기인사를 통해 조 회장 체제는 더욱 굳건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 등 아버지 측근으로 분류되는 임원들을 승진 인사에서 배제하는 대신 조 회장의 측근 인사들을 대거 승진시킨 것. 상대적으로 조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은 상당수가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