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진그룹 ‘남매의 난’ 배경된 조현아 지분 ‘6.49%’
[이슈분석] 한진그룹 ‘남매의 난’ 배경된 조현아 지분 ‘6.49%’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12.2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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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대 회장님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합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남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전한 메시지 중 일부다. 여기에는 조 전 부사장이 부친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훈인 ‘가족간 공동경영’을 위해 외부 주주와의 협력도 피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는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이 사모펀드 KCGI로부터 경영권 분쟁 중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의 지분은 6.49%로 KCGI의 한진칼 지분 15.98%와 더해 단숨에 최대주주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의 경고가 다른 주주와 함께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노리는 ‘남매의 난’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23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현재 조원태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의 지분은 28.94%다. 조원태 회장이 총 지분 6.52%를 보유한 가운데 조 전 부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각각 6.49%, 6.47%를 보유하고 있다. 

3남매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도 한진칼의 지분 5.31%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정석인하학원(2.14%), 정석물류학술재단(1.08%) 등 특수관계인의 우호지분을 모두 더하면 28.94%이 된다. 

현재 한진칼의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지분이 15.98%라는 점에서 조 전 부사장의 반발은 의미가 적지 않다. 조 전 부사장의 지분이 KCGI의 우호지분으로 전환될 경우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은 22.45%로 하락하고 KCGI 측 지분은 22.47%로 상승하는 지분 역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의 선택에 한진칼의 최대주주가 달라지게 되는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남매의 난’이 현실화 될지는 미지수다. 한진칼의 지분 10.0%를 보유한 델타항공이나 지분 5.06%를 보유한 반도건설 계열사 대호개발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냐에 따라 승자가 변하게 되기 때문. 지금까지 델타항공과 반도건설은 조원태 회장 측의 우호지분으로 해석돼 왔다. 

한진그룹 측이 조 전 부사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하여 행사되어야 한다”며 “금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밝힌 것도 결국 우호지분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전 부사장의 반발은 한진그룹에 있어 적잖은 변수가 되리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진칼의 소액주주 지분은 45.09%로 결국 소액주주가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지분 경쟁의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월 한진칼의 자회사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는 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진가의 3남매간 갈등 가능성은 수차례 거론돼 왔던 측면이 있다”며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손을 잡는다면 우호지분으로 인해 당장 큰 영향을 미치기 힘들겠지만 소액주주에 대한 설득이 동반된다면 내년 주총의 변수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