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 업종 내년에도 ‘강세’...구름 낀 보험, 유통
전기전자 업종 내년에도 ‘강세’...구름 낀 보험, 유통
  • 이기정 기자
  • 승인 2019.12.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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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기전자, 제조업, 운수장비, 서비스업 등 올라
외국인 수익성 제일 높아... 개인은 저조한 실적 기록
내년 전기전자, 서비스, 통신 전망 맑음...건설은 미지수
표=이기정 기자
표=이기정 기자

올해 우리나라 증시는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들로 크게 휘청였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중 무역분쟁 발생으로 올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에도 굴곡이 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약 8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8% 감소했다. 기업실적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대내외 경제 상황이 국내 이슈보다 컸던 만큼 종목별 수익성보다는 업종별 대응이 용이했던 한 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일 종가 기준, 올해 가장 상승한 업종은 전기전자(39.88%)가 차지했다. 이어 제조업(16.30%), 운수장비(13.75%), 서비스업(12.66%), 의료정밀(12.27%), 섬유의복(11.85%), 증권(9.06%)이 이익권에 올랐다. 반면, 가장 손해를 본 업종은 전기가스(–16.13%)로 나타났다. 이어 건설(–14.41%), 통신(–13.09%), 은행(-12.24%), 음식료(-12.24%), 보험(-11.29%), 비금속(-10.21%), 의약품(-8.28%) 등이 뒤를 이었다.

◆ 업종별 투자 성적 외국인 '승'...개인 '패'

업종별 투자에서 가장 승률이 높았던 투자자는 외국인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전기전자 업종을 가장 많이 사들이며 업종 상승률 상위권에 올렸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주에 순매수가 집중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의 순매수가 높다는 것은 전기전자 업종에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외국인이 국내 산업 가운데 반도체 시장을 가장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기관이 투자한 업종들도 올랐다. 기관은 제조업과, 운수장비, 서비스업 등을 1조원 넘게 사들였고, 이들 종목은 모두 10% 이상 올랐다. 반면 개인의 투자 실적은 저조했다. 의료정밀을 제외하고 개인이 많이 투자한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했다.

◆ 전기전자 '미소'... 건설·통신 '울상'

전기전자의 상승 원인은 올해 1분기 삼성전자 ‘갤럭시S 10’ 출시와 4분기 5G폰 교체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감이 컸다. 이와 함께 트리플 카메라의 스마트폰 적용 확대 등의 호재까지 겹치며 업종 전반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특히, 외국인이 7조4881억원을 집중 순매수하며 업종 상승을 이끌었다.

섬유의복업종은 기관의 순매수세(942억원)가 업종 상승을 견인했다. 백화점 등 대형매장에서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시장 욕구에 맞춘 제품을 출시했다. 또 온라인 판매, 다수의 홈쇼핑 채널 개설 등 소비패턴 다각화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덕이 컸다.

증권업종에서는 외국인이 7132억원을 순매수하며 업종 상승을 끌어올렸다. 이는 증권사들이 수익구조 변화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린 점이 유효했다. 특히, 대형사를 중심으로 한 기존 브로커리지 사업 중심에서 IB(투자금융) 부문으로의 사업 전환이 돋보였다. 실제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5개 증권사의 IB 부문 수익 합산은 올해 분기당 약 1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건설업종은 올해 일부 수주를 기록했으나 주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 올해 10~30%의 분양목표 하향과 정부의 주택 규제의 영향이 컸다. 다만, 건설 업종은 전반적인 외국인의 ‘팔자’ 행렬에서는 빗겨나갔다. 올해 주식 가치가 오르지는 못했지만 실적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외국인들이 건설 업종을 239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특히, 실적을 기반으로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장점이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외국인들의 성향에 부합했다.

통신업종은 외국인의 순매도(-1조2820억원)에 무너졌다. 올해 5G 상용화를 위한 투자비 지출과 공격적 마케팅을 위한 비용 증가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유·무선 가입자당 평균 매출이 상승 반전에는 성공했지만, 이익 회복세를 이루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더불어 서비스 가입자 확보를 위한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7256억원, 5247억원을 순매수했지만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보험업종에서도 외국인의 순매도(-7762억원)가 이어졌다. 보험업종은 올해 들어 ‘치료 목적 고도비만 환자 대상 수술’, ‘암환자 방사선 치료’ 등 건강보험 적용 목록이 확대되면서 손해보험이 타격을 받았다. 생명보험도 종신보험 매출 부진 등으로 약세를 보였다.

은행업종은 올해 가파른 금리하락에 진통을 겪었다. 부동산담보대출 등 정부의 대출 규제에 따른 자산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며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4분기 KB금융을 필두로 주요 은행들이 자사주 매각, 고배당 등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상승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투자주체별로는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033억원, 1598억원을 순매도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험업종의 경우 업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점진적으로 나아지는 중”이라며 “은행업종은 대출 규제 등이 있지만 실적과 주주친화적인 정책들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 2020년에도 '전기전자'

이런 가운데, 내년에도 전기전자는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2차 전지 등을 필두로 강세가 예상된다. 5G폰에 대한 기대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신규 스마트폰 기종인 ‘폴더블’의 전망도 밝다. 더불어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DRAM의 현물가격이 지난주부터 오름세를 보이는 등 긍정적인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통신, 서비스 업종도 내년에 상승 반열에 오를 예정이다. 우선 통신 업종은 올해 내부 경쟁이 일단락됐다. 또 내년부터 5G가 본격 상용화되면서 매출도 오를 전망이다. 서비스 업종의 경우 올해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광고,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른 성장이 기대된다.

건설업종은 내년 시험대에 오른다. 내년에도 해외 수주를 바탕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지만, 저평가받고 있는 주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국내 주택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들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이겨낼 수 있는지도 주목된다.

한 건설분야 연구원은 “내년에는 국내 주택사업에 공을 들인 기업들과 해외 수주를 진행하는 기업들 간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