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던진 채형석 애경 부회장…“아시아나 대신 이스타”
승부수 던진 채형석 애경 부회장…“아시아나 대신 이스타”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12.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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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항공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항공업이 부진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과감하게 경쟁사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것. 특히 이번 인수합병(M&A) 추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좌절된 직후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항공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애경그룹의 제주항공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19일 애경그룹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8일 이스타항공과 공동경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연내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기타 지분을 포함한 51.17%를 제주항공에 양도하는 방식이다.

인수대금은 695억원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자금조달을 위해 이스타홀딩스에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할 예정이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ㅣ사진=애경그룹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ㅣ사진=애경그룹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매각설이 꾸준히 흘러나왔던 만큼 예정됐던 수순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등 실적 부진에 따른 악재에 시달려왔다. 주목할 점은 제주항공이다. 

애경그룹이 항공업계 M&A를 추진한 것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좌절된 직후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항공업계 부진이 지소되고 있지만 이 위기를 통해 그룹의 사업전략을 항공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것. 

여기에는 항공업계에 애착을 보여왔던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2006년 그룹 내부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 설립을 추진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애경그룹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제주항공이 2011년 흑자전환한 것에 이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면서 애경그룹의 간판으로 자리매김 한 것.

이번 애경그룹의 이스타항공 인수도 채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직후에 이스타항공 인수가 추진됐다는 점에서 그룹의 사업확대 방향성은 분명해 보인다”며 “업황이 힘들고 항공업계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는 위기를 기회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과 경쟁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막대한 자금을 쏙아 붓기 보다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제주항공에 부담요인 존재하나 시장지위 확대, 추가재편 발생 가능성 측면에선 긍정적”이라며 “인수 후 중복노선 조정, 동일기종 사용에 따른 정비비 절감, 리스조건 개선 등의 효율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환·이지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0년 상반기까지 항공업황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점은 다소 부담스러운 요인”이라며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쟁사들이 기재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재운영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고 중국노선 운수권 확보에 따른 점유율 확대, 규모경제 실현 등이 긍정적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