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의 야심작, '디지털 본부' 신설...IB·PF 그룹화 '세대 교체'
정일문의 야심작, '디지털 본부' 신설...IB·PF 그룹화 '세대 교체'
  • 어예진 기자
  • 승인 2019.12.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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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Digital Transformation)본부 신설...정 사장의 야심작
IB·PF 그룹 승격...배영규 상무, 방창진 상무보가 맡아
'잘하는 것'과 '잘되는 것', '잘해야 하는 것' 3박자 고루 갖춘 개편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 사진제공=한국투자증권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 사진제공=한국투자증권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본인 주도의 첫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잘하는 것’과 ‘잘되는 것’, '잘해야 하는 것'의 3박자를 고루 손질해 회사 몸집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취임 1년만에 과감한 개편을 단행해 2020년은 본격적인 ‘정일문표’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다.

16일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1월 1일자로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기존 개인고객그룹장은 김성환 부사장이 계속 이끄는 가운데, IB그룹과 PF그룹을 신설해 1총괄 3그룹 체제를 마련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대표이사 직속의 ‘DT(Digital Transformation)본부’ 신설이다. 빅테이터 기반 AI산업에 전략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앞으로 2030년까지 새로운 10년을 대비한 정 사장의 야심작이다.

DT본부는 미래 수익창출 비즈니스 모델 기획 및 챗봇, 로보어드바이저 등 디지털기반 신사업 기획과 전사 프로세스 혁신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정 사장은 취임 이후 모바일 사업과 온라인 사업 등 ‘디지털 금융 강화’, ‘IT 기반 증권회사’에 도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신설된 DT본부에는 디지털전략부서를 비롯해 경영정보시스템(MIS)부서, 멀티결제부, 상품결제부 등 총 4개 부서가 신설됐다.  지난 1월 업무 개선 조직을 확대 개편했던 ‘업무혁신추진부’도 이곳에 편입됐다. 회사 전반의 업무를 모두 '디지털화' 하는 것은 물론 새롭게 시작하는 비즈니스를 디지털에 접목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제공=한국투자증권 / 이미지=어예진 기자
자료제공=한국투자증권 / 이미지=어예진 기자

이번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정 사장은 본인의 강점인 IB부문을 그룹으로 승격시켰다. 비주류 사업을 키우기 보다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약70%)을 차지하는 IB 운용 부문을 키운 ‘하우스 특화 전략’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IB1본부장이었던 배영규 상무가 IB 전체 그룹장에 올랐다. 배 상무는 올해 한국투자증권의 IPO 실적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룹 내 IB 1·2·3 본부는 모두 새로운 인물이 수장을 맡는다.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IB1본부에는 최신호 상무보를, 인수를 담당하는 IB2본부에는 이현규 상무가, M&A 등을 담당하는 IB3본부에는 이중헌 상무보가 임명됐다. 이들 모두 새로 승진된 신임이다.

PF그룹도 신설했다. PF그룹은 PF1본부와 대체투자본부로 구성된다. PF그룹장은 기존 PF1본부장을 지낸 김용식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총괄을 맡게 된다. PF1본부장에는 방창진 상무보가 올라왔고, 대체투자본부장 역시 이정민 상무보가 새롭게 등장했다.

금융당국의 부동산PF 규제 압박 속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부문을 강화해 흔들리지 않는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메시지를 띄운 셈이다. 톡톡한 수익원 역할을 해주는 업계 ‘효자사업’이기도 하지만 정 사장의 비전문 부문을 그룹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 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가 있어도 ‘우리는 자신 있다, 내 갈 길 가겠다’는 자신감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만 잘 된다면 규제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을 것”고 귀띔했다.

실제 정 사장은 이번 조직 개편에서 리스크관리본부 산하에 리스크공학부를 신설했다. 자원의 투입과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부분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리서치센터는 리서치의 효율성, IB지원 강화를 기본으로 조직을 슬림화 했다. 5개부서를 3개부서로 통합하면서 IB 등 리서치 자원을 필요로 하는 부서에 일부 인력을 전진배치 해 전력을 더욱 정예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 사장은 지난 1월 취임과 함께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와 3년내 순이익 1조 클럽 가입을 경영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보다 29.8% 증가한 5333억원, 매출액은 49.2% 증가한 8조2309억원, 영업이익은 23.5% 늘어난 6664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IB부문 수수료 수익은 2187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54.9% 성장했다. 

 

[비즈트리뷴=어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