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들, 키코 피해기업에 최대 41% 배상"...배상액 256억
금감원 "은행들, 키코 피해기업에 최대 41% 배상"...배상액 256억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12.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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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은행, 키코 피해기업에 손실액 15~41% 배상해야"
신한은행, 배상액 150억원으로 가장 많아

은행에서 판매한 키코(통화옵션계약) 상품에 가입했다가 금융위기 당시 손실을 본 기업들에 은행이 최대 41%를 배상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13일 여의도 금감원에서 지난 12일 열린 키코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은행들이 키코 피해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번 키코 분조위에 오른 4개 기업은 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 등이다. 이들 기업은 2007년 신한·우리·KEB하나·씨티·KDB산업·DGB대구은행 등 6개 은행이 판매한 키코 상품에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등해 약 15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3일 여의도 금감원 브리핑실에서 키코 분조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김현경 기자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3일 여의도 금감원 브리핑실에서 키코 분조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김현경 기자

금감원은 키코 판매 은행들이 4개 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때 외화유입액 예상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다른 은행의 환헤지 계약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규모의 환헤지를 권유했다고 봤다. 또 무제한 손실 가능성 등 리스크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판단했다.

정성웅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 2013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키코 계약의 불공정성이나 사기성은 불인정했지만 불완전판매로 인한 은행의 책임은 사례별로 인정했다"며 "은행들도 당시 피해기업에 대해 배상은 했지만 아쉽게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유사 피해기업들의 구제 등에 있어 보호에 미흡했는데, 지금이야 말로 피해 구제에 적극 나서야 신뢰 산업인 금융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상비율은 원칙적으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30%를 적용했다. 또 키코 사건 관련 판례상 과실상계 사유 등 당사자나 계약의 개별 사정을 고려해 가감 조정한 후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배상비율에 따른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 총 256억원이다.

이번 분조위에서 금감원은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에 대해서만 심의했다. 2013년 키코가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는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온 만큼 계약 자체의 불공정성이나 사기성 여부는 심의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동안 키코 피해기업들은 키코가 사기 상품인 만큼 계약 자체를 불공정 계약으로 보고 분조위가 배상비율 산출 시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은행과 키코 피해기업이 조정안 접수 후 20일 내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양측 가운데 한 곳이라도 분쟁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재판으로 이어진다.

김상대 금감원 분쟁조정2국 국장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건에 대해 배상금을 지급하면 배임 소지라든가 법적인 이슈가 문제가 됐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외부 로펌에서 자문을 받았고 모두 문제가 없다는 동일한 답변이 있었다"며 "은행에도 이런 부분을 충분히 설명했고, 피해기업들도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민사소송에 가면 어차피 법원에서는 시효를 문제로 다루지 않을 수 없어서 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분재조정 신청 기업 외 다른 키코 피해기업에 대해서는 은행과 협의해 피해배상 대상 기업 범위를 확정한 후 자율조정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