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실적잔치는 올해까지?...이자·비이자이익 감소 '이중고'
은행권, 실적잔치는 올해까지?...이자·비이자이익 감소 '이중고'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12.12 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 은행업 전망 '먹구름'
저금리·규제 강화로 이자이익 감소, DLF 손실 여파 비이자이익 감소

올해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는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이 내년부터는 수익성 저하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보낼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각종 규제에 따른 대출성장 둔화로 이자이익 감소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여파로 수수료이익 마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는 올해 11조272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지난해 순이익 10조4704억원 대비 7.7% 증가한 규모다.

4분기 개별 순이익도 일제히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 규모 확대 등으로 부진을 겪은 KB금융은 올해 4분기 순이익(5586억원)이 190% 올라 실적 개선세가 가장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의 4분기 개별 순이익은 지난해 5133억원에서 올해 5956억원으로 16%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은 3412억원에서 4654억원으로 36%, 우리금융은 1160억원에서 3011억원으로 159%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4분기가 영업력 저하, 대출수요 감소, 판관비 등으로 실적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시기임을 고려했을 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량자산 위주로 체질개선을 단행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보통 은행들은 11월 마감 실적을 갖고 지점장 평가와 내년도 인사를 확정하기 때문에 12월은 사실 영업 정체기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4분기는 판관비 이슈도 있고 연말이라서 대출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는 경영환경이 좋지 않다는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라든가 우량자산 위주로 관리를 잘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은행업 전망이 밝지 않아서다.

우선, 글로벌 무역분쟁 장기화로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순이자마진(NIM) 하락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NIM 하락은 수익성 악화로 해석된다.

가계부채·부동산시장 안정화 정책 등 잇단 규제로 대출 성장세도 둔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정부가 은행의 핵심 여신사업인 가계대출을 더 옥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1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은행산업에 대해 "혁신금융 강화, 가계부채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국내은행 대출 증가율은 올해보다 낮은 5%대 초중반에 그치며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DLF 대규모 손실 등의 여파로 수수료 관련 영업도 위축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DLF·ELT 등 파생상품이 내재됐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고위험 사모펀드·신탁을 은행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개선안을 마련한 상태다.

저금리 장기화로 이자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수료수익 마저 급감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실제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비이자이익은 전분기 대비 일제히 줄었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업은 핵심이익 증가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데,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과 부진한 경기 등이 순이자마진, 대출성장, 건전성 지표 개선 여력을 제한하고 있다"며 "고위험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로 파생결합상품 판매는 위축되고, 신탁수수료도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