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최악의 실적 부진 속에서도 젊은 CEO들은 달랐다
생보사, 최악의 실적 부진 속에서도 젊은 CEO들은 달랐다
  • 박재찬 기자
  • 승인 2019.12.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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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각자대표 체제 구축한 교보·미래에셋생명 ‘호실적’
한화·AIA생명 새 대표이사 선임 ‘이목집중’

생명보험사들이 최악의 실적 부진에 빠진 가운데 올해 취임한 젊은 CEO들의 호실적이 눈길을 끌고 있다. 3월 취임한 윤열현 교보생명 사장과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사장은 어려운 업황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한화생명과 AIA생명은 각각 차남규, 차태진 대표가 떠나고 여승주, 피터 정 사장으로 교체, 분위기를 쇄신해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4개 생보사의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은 3조5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4.3%나 급감했다. 생보사의 올해 보험영업 손실 규모는 불어났고, 해약과 만기가 늘어 지급보험금이 급증했다. 여기에 투자수익도 좋지 않아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일부 생보사들은 젊은 CEO를 앞세워 경영난을 탈출할 방법을 찾고 있다.

윤열현 교보생명 사장,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사장/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 윤열현 교보생명 사장,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사장/사진제공=각 사

먼저,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 단독 대표 체제에서 3월 윤열현 사장을 선임하며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1958년생 윤 사장은 ‘영업통’으로 유명한 인물로, 보험총괄담당을 맡았다. 신 회장이 재무적투자자들과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윤 사장은 보험영업 활성화와 내부 안정화라는 과제를 안고 취임했다.

윤 사장은 올해 교보생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 3분기 당기순이익은 6073억원으로 전년 동기 5142억원 대비 18% 올랐고, 3분기 보험영업이익은 80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4% 증가했다. 올해 생보업계 수익성이 크게 부진한 상황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미래에셋생명도 3월 변재상 사장을 선임해 하만덕 부회장과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미래에셋생명의 두 각자 대표는 올해 보험업계 사장들 중 가장 긍정적인 시너지를 냈다. 1963년생 변 대표는 자산운용 전문가로 유명하다.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하 부회장의 ‘투트랙 전략’과 변 사장의 자산운용을 통한 수익창출이 어려운 생보업계 상황에서 빛났다는 평가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 85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683억원 대비 25.7%나 늘었고, 3분기 영업이익도 102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특히, 올해 업계 평균을 훨씬 웃도는 변액보험 수익률을 바탕으로 변액보험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한화생명과 AIA생명은 올해가 끝나기도 전에 내년을 위한 새 대표이사 구성에 나섰다. 지난 2일 한화생명을 8년간 이끌어온 차남규 부회장은 임기 3개월을 남기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차 부회장의 용퇴로 한화생명은 여승주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재무통’으로 유명한 여 사장은 1960년생이다. 그의 과제는 당연히 수익성 개선이다. 한화생명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60% 감소하는 실적 부진에 빠져있다.

지난 6일에는 AIA생명의 차태진 대표가 개인적 사유로 돌연 사임했다. 신임 대표이사로는 피터 정 AIA그룹 총괄임원이 선임됐다. 내년 1일 취임할 예정인 정 대표는 1969년생으로 보험업계 CEO 중 가장 젊다. 정 신임 대표는 AIA바이탈리티서비스 론칭에 선봉에 섰던 인물로 생명보험, 테크놀로지, 컨설팅으로 그룹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의 실적악화가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초 취임한 생보사 대표들이 호실적을 거뒀다”며 “보험업계가 젊은 대표이사들을 기용하고, 이들을 통해 실적 부진의 탈출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