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개선안·키코 분조위' 앞두고 '암운' 드리운 은행권
'DLF 개선안·키코 분조위' 앞두고 '암운' 드리운 은행권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12.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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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DLF 후속대책안 발표...40조 '신탁시장' 협의안 나올까
13일 키코 분조위 배상안 발표...배상비율 30% 전망

이번주 예정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후속대책안과 키코(KIKO) 분쟁조정 배상안 발표를 앞두고 은행들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DLF 후속대책안은 오는 12일, 키코 배상안은 13일 각각 발표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오는 12일 오전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DLF 종합 후속대책안을 발표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4일 금융위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현경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4일 금융위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현경 기자

이번 대책안의 핵심은 은행의 주가연계신탁(ELT) 판매를 허용할지다.

앞서 지난달 14일 금융위는 DLF 대책안을 발표하면서 파생상품이 내재됐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고위험 사모펀드를 은행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주가연계증권(ELS)을 담은 신탁 상품인 ELT의 판매도 금지했다. ELT가 사실상 고위험 ELS를 판매하는 우회로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은행들은 공모형 ELS를 담은 지수형 ELT 판매는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ELT·DLT 판매잔액은 40조7000억원이다. 은행들은 ELT 판매가 전면 금지될 경우 약 40조원에 달하는 신탁시장이 쪼그라들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저금리 장기화로 이자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탁 판매 수수료마저 급감한다면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ELT 판매는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한 상태다.

하지만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기조가 강경한 만큼 은행권의 신탁 판매 금지 철회 요청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실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LG화학 산업·금융 협약프로그램 협약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에서 영업을 문제 삼아 신탁 허용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이 이를 고려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처음 DLF 대책안이 나오고 은행들 반발이 심했을 땐 당국에서도 나름 은행들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겠다는 태도였는데 요즘 갑자기 다른 말씀들을 하시면서 은행들도 움츠러드는 모습"이라며 "목요일에 열리는 은행장 간담회도 DLF 대책안 발표 직전에 개최하는 것을 보니 서로 얘기를 듣기보단 당국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키코 분조위에도 은행권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키코 분쟁조정에만 신한·우리·KEB하나·씨티·KDB산업·DGB대구은행 등 6개 은행이 엮여있다. 배상비율은 다음날인 13일 오전에 발표된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로 은행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은행이 기업 외화를 시세보다 싸게 사들이는 구조의 외환파생상품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기업은 큰 손실을 보게 된다.

2005년 중반부터 은행에서 판매된 키코는 환율에 민감한 수출 중소기업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치솟으면서 키코 가입 기업들은 큰 손실을 보게 됐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당시 키코 사태로 738개 기업이 3조2247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

이번 분조위에 오른 기업은 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 등 4곳이다. 이 기업들은 신한·우리·하나·씨티·산업·대구은행에서 판매한 키코로 15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

핵심은 배상비율이다. 금융권에서는 배상비율이 20~30%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윤석헌 금감원장이 줄곧 키코 상품을 사기라고 주장했던 점, 최근 DLF 배상비율이 사상 최대치인 80%로 결정된 점 등은 은행에 부담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DLF는 개인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 피해를 많이 본 케이스이기도 하고, 키코는 불공정한 계약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까지 났기 때문에 배상비율을 결정하는 책임 기준이라든가 이런 게 좀 다를 수 있다"면서도 "워낙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분위기라서 은행들도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