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영 김우중] 대우그룹의 성공신화부터 몰락까지
[세계경영 김우중] 대우그룹의 성공신화부터 몰락까지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12.1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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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996년 3월 13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DAEWOO-FSO자동차 공장 회의실에서 자동차 출입기자들을 만나 대우의 세계경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재계의 분위기가 무겁다. 대우그룹은 해체된지 20년이 지났지만 그 흔적은 재계 곳곳에 남아있다. 대우그룹 출신으로 현재까지 활동 중인 기업인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매년 3월 대우그룹 창립기념일에는 대우그룹 공채 출신 인사들이 모여 기념식을 가질 정도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50주년, 지난해 51주년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그만큼 대우라는 브랜드가 주는 울림은 대우그룹 출신에게 각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 전 회장이 있다. 

김 전 회장은 한국 경제를 성장시킨 주역이었던 1세대 경영자들 중에서도 가장 특출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전 회장은 1936년 대구 출생으로, 경기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만 30세인 1967년 대우를 설립한 후 1999년 그룹 해체 직전까지 자산규모 기준으로 현대에 이어 국내 2위의 기업을 일군 대표적인 1세대 기업인이다. 

1990년대 세계경영을 기치로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신흥국 출신 최대의 다국적기업으로 대우를 성장시켰으며, 당시 대우의 수출규모는 한국 총 수출액의 약 10%에 달했다.

1963년 한성실업에 근무하면서 국내 최초로 섬유제품 직수출을 성사시켰으며, 창업후 수출만으로 회사를 초고속으로 성장시켜 ‘대우신화’라는 신조어와 함께 샐러리맨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1969년 한국 기업 최초로 해외 지사(호주 시드니)를 설립했고, 1975년 한국의 종합상사 시대를 연 이후 김 전 회장이 이끈 대우는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창구가 됐다. 1976년 한국기계(대우중공업)와 1978년 새한자동차(대우자동차), 대한조선공사(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을 인수, 단기간내 경영정상화를 이뤄 한국의 중화학산업화를 선도했다. 

같은 시기 에콰도르(1976년)에 이어, 수단(1977년), 리비아(1978년) 등 아프리카 시장진출을 통해 해외사업의 터를 닦았다. 1980년대 무역·건설부문을 통합해 대우를 설립(1982년)하고 그룹화의 길에 들어선 후, 자동차·중공업·조선·전자·통신·정보시스템·금융·호텔·서비스 등 전 산업의 내실을 갖춰 세계진출을 본격화했다. 

1999년 해체 직전, 대우는 41개 계열사와 600여개의 해외법인·지사망, 국내 10만명, 해외 25만명의 고용인력을 토대로 해외 21개 전략국가에서 현지화 기반을 닦고 있었다. 당시 자산총액은 76조7000억원, 매출은 91조원(1998년)에 달했다. 이는 당시 삼성그룹을 제치고 재계서열 2위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대우그룹의 빠른 외형확대의 배경에 부채의 증가는 결국 대우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1998년 대우그룹의 유동성위기가 불거진 이후에는 그룹의 대대적 구조조정과 김 전 회장의 사재출연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룹의 해체수순을 밟게 된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우의 흔적이 남은 기업은 적지 않다는 점은 그만큼 대우그룹의 위상을 반증한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대우건설, 위니아대우 미래에셋대우 등은 현재까지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점차 대우 브랜드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분명한 추세다. 이미 완성차 GM대우가 2011년 한국GM으로 이름을 고쳤고 지난해에는 대우그룹의 모태이던 포스코대우(전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바꿨다. 최근 현대중공업에 인수된 대우조선해양의 사명도 인수절차 마무리 후에는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김 전 회장이 그룹 해체 당시 분식회계 및 사기대출 등으로 징역 8년6개월, 추지금 17조9253억원을 부과받았음에도 그의 경영성과를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 22일 서울 힐튼 호텔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업 50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기념영상을 시청하는 김 전 회장 모습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김 전 회장의 열정적인 경영철학은 여전히 우리 경제계에 큰 발자취로 남아있다”며 “무엇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장 앞서서 개척하셨던 회장님의 기업가 정신은 경제계를 넘어 우리 사회에 오래도록 귀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경련은 이어 “창조적 도전의 정신을 이어받아 침체된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김 전 회장을 추모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