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 과도한 저평가에 '주주친화경영' 강화
금융지주사들, 과도한 저평가에 '주주친화경영' 강화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12.0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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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KB금융, 자사주 소각..."전향적 주주친화 정책" 평가
하나금융,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중간배당 실시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 '릴레이 자사주 매입'

최근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이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강도 높은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KB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들은 잇따라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히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수를 감소시켜 주당 가치를 높이는, 가장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이다.

(왼쪽부터)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사진제공=각 사

가장 먼저 자사주 소각 계획을 구체화한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지난 6일 약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230만3617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소각 규모는 총 발행 주식수의 0.55%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KB금융이 보유한 자사주는 기존 1조4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감소하게 된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12일이다.

KB금융의 자사주 소각은 은행지주사 중 최초다. 은행계 금융지주는 국제 자본비율, 건전성 등에 대한 엄격한 규제 탓에 자사주 소각 카드를 쉽게 쓸 수 없었다. 자사주 소각에 따른 자본비율 감소 등 향후 건전성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KB금융이 자사주 소각 계획을 내놓은 것은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KB금융의 올해 9월 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5배 수준이다. PBR은 주가 대비 주당 순자산의 비율로,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에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돼있다는 뜻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저금리, 저성장 영업환경에서 은행의 성장성 한계와 수익성 개선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큰 만큼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KB금융이 금융권 최고 수준의 자본력을 유지하고 있어 배당, 자사주 매입, 소각 등 한 차원 높은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도 오렌지라이프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선, 신한금융은 내년 1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3350만주(40.85%)를 취득하기로 했다. 6000억원 규모의 신한금융 자사주와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3350만주(40.85%)를 1대 0.6601483의 비율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신한금융은 신주를 823만여주(약 3600억원) 발행하는데, 이 신주금액 범위 내에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시장에서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소각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만큼 역사상 저점 수준인 은행주에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과 은행계 금융지주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2배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9위에 그친다.

김도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 은행지주사 최초로 자기주식 소각 결정을 내린 것은 '규제산업'으로써의 디스카운트 요인을 일부 해소할 만한 것"이라며 "1000억원의 소각 규모로 미뤄볼 때 배당성향을 유지하면서도 여건이 된다면 지속적인 소각을 통해 투자심리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주들은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대손비용이 역사상 최저인 시기를 보내고 있어 이익 안정성이 높은데도 밸류에이션이 금융위기보다 낮은 역사적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며 "주가상승의 트리거는 배당이 유일했는데 최상위 금융지주의 전향적 배당정책 결정으로 은행주 센티먼트에 상당히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금융지주는 금융지주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올해 중간배당에서도 1주당 배당금을 500원(시가배당율 1.4%)으로 결정했다. 배당금총액만 1499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하나금융의 중간배당은 2017년 300원, 2018년 400원으로 매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가장 주주친화적인 정책은 중간배당이라고 할 수 있다"며 "컨퍼런스콜 때도 중간배당 확대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발표를 했었고, 얼마 전에 발표한 그룹 슬로건인 '모두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에서 모두는 기존 고객들 뿐만 아니라 주주들도 포함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경영진 자사주 매입, 해외 IR(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현재 자사주 2만5000주를 보유하고 있는 손태승 회장은 올해 1월 지주사 전환 이후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 책임경영 의지를 밝혀왔다.

손 회장은 해외투자자 유치를 위해 직접 해외 IR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5월 일본, 홍콩 기관투자자 대상 IR을 시작으로 10월 중동, 유럽, 북미지역 투자자들과도 직접 만났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보유 중인 우리금융 주식을 푸본금융그룹, 글로벌 장기투자자 등에 신속하게 매각하기도 했다"며 "철저한 준비를 통한 오버행 이슈 해소로 주주가치를 제고했고 외국인 지분율도 계속 상승했다"고 전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