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뉴 M760, 회장님 혹은 레이서의 기분
[시승기] BMW 뉴 M760, 회장님 혹은 레이서의 기분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11.29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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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자동차가 지니는 의미는 단순히 이동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이동을 넘어 안락함과 편안함, 드라이빙의 즐거움과 자신을 드러내는 감성까지 다양한 면에서 자동차는 소유자를 대변하는 수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BMW 모델의 최상의 럭셔리 라인인 뉴 7시리즈의 의미는 각별하다. 이른바 ‘회장님차’로 꼽히는 이 모델은 2015년 국내 출시된 6세대 7시리즈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이 7시리즈 중에서 최고급 라인으로 꼽히는 M760Li xDrive를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코스는 전북 완주에서 영광백수해안도로로 이어지는 약 150km의 급격한 코너길과 고속도로구간, 국도를 모두 포함하는 코스로 이뤄졌다. 

사진=BMW 그룹 코리아
사진=BMW 그룹 코리아

M760Li는 BMW 7시리즈 라인업중 가장 최고급 트림의 모델이다. 차체도 커다란 전함 같다. 전장 5260mm, 전폭 1900mm로 세단 모델 중에서는 거의 최대급 사이즈다. 

그럼에도 ‘어르신 차’라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이전 모델보다 약 50%가량 커진 BMW 키드니 그릴은 전면 보닛 상단의 BMW 엠블럼과 조화를 이루고 전면 에이프런 하단의 공기 흡입구는 대형 에어 디플렉터와 통합돼 젊고 강렬한 웅장함을 준다. 

이 차의 진가는 뒤좌석이다. 뒷좌석 중앙의 콘솔로 좌석을 수면모드로 조정하자 1열 조수석이 앞으로 당겨지며 좌석이 뒤로 젖혀 편안한 자세를 잡아준다. 키 180cm의 기자가 눕다시피 앉아 다리를 쭉 뻗어도 여유가 있을 정도다. M760Li 모델에만 들어가 있는 최고급 메리노 가죽 시트가 마치 편안한 거실 소파에 누워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행을 시작한 이후다. 609마력의 성능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엔진음은 마치 전기차를 탄 것처럼 조용했다. 실제 M760Li는 편집증이라고 느껴질 만큼 소음차단에 신경을 쓴 것 같다. 고속구간에 접어들어도 엔진음은 물론 노면소음,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

이 차는 확실히 쇼퍼드리븐이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요철조차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뒷좌석에 최적화 돼있다. 2열 중앙콘솔은 삼성의 갤럭시텝으로 버튼을 누르면 탈착이 된다. 여기에서 안마기능을 실행하자 부드럽게 허벅지부터 어깨까지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러면 저도 모르게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차의 반전은 운전대를 잡을 때다. BMW 뉴 M760Li의 12기통 싱글터보 가솔린 엔진은 배기량만 6500cc다. 최대 출력 609마력, 최대 토크 86.7kg.m의 슈퍼카 부럽지 않은 성능을 자랑한다. 

제로백은 불과 3.8초. 공차중량 2.3톤의 육중한 몸집이 아스파트를 움켜쥐고 달리는 느낌이다. 고속구간에 진입해도 힘이 부치는 인상은 전혀 없다. 속도 제한이 없다고 한다면 언제까지라도 빨라질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재미있는 것은 속도감이다. 우리 눈이 속도감을 느낄 때는 시야의 높이, 배경, 도로 주변의 사물 등 다양한 요소가 개입하지만 그 중에는 풍절음과 엔진 배기음, 진동도 포함돼 있다. 뉴 M760Li는 진동과 소음을 파격적으로 잡은 탓에 운전석에서 속도감이 다른 차량을 몰 때와 크게 다르다. 계기판을 소홀히 하면 바로 과속을 해버린다는 말이다. 

차체 후면에는 모델명 대신 12기통을 의미하는 V12가 세겨져 있다.
차체 후면에는 모델명 대신 12기통을 의미하는 V12가 세겨져 있다.

그렇다고 스포츠카처럼 운전에 집중력이 필요한 수준은 아니다. 뉴 7시리즈에는 BMW에서 가장 진보된 주행 보조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스톱&고(Stop & Go) 기능이 있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뿐만 아니라 스티어링 및 차선제어 보조장치, 차선변경 경고, 차선이탈 경고, 측면 충돌방지 기능 등은 운전을 제법 쾌적하게 해준다. 차선을 확실하게 인식하면서 속도를 유지해주니 어쩌면 직접 주행할 때보다 더 안정적이다. 

쇼퍼드리븐이지만 뒷좌석만 아니라 운전 자체도 꽤나 즐겁고 쾌적하다. 뒷좌석에서 흡사 회장님이 된 기분이라면 운전석에 앉는 순간 슈퍼카를 모는 레이서가 된 기분이다. 

BMW M760Li의 가격은 2억3220만원. 같은 7시리즈 중 730d와 비교하면 무려 1억원 가깝게 비싸다. 하지만 성능과 안락함, 정숙함을 생각했다면 12기통에서 오는 안정감은 감히 디젤엔진과의 비교를 거부할 것 같다. 복합연비는 6.4km/L. 물론 이 차를 타는 오너가 연비로 인해 큰 고민을 할 것 같지는 않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