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 조합원 가득찬 총회…'제안서 수정' 압도적 다수
한남3구역 조합원 가득찬 총회…'제안서 수정' 압도적 다수
  • 이서련 기자
  • 승인 2019.11.28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사용지 좀 더 갖다 주세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천복궁교회에서 열린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 정기총회가 열렸다. 총회 시작 시간은 오후 2시였지만 한 시간 전부터 등록 줄을 서는 등 열기가 대단했다.

이날 총회를 준비하던 한 진행요원은 "이번 사안이 너무 뜨거운 감자라서 예상보다 참석자들이 몰렸다. 조합원들에게 나눠 줄 자료가 모자를 정도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총회에 앞서 건물 앞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신문 보고 너무 당황스러워 왔다"고 말문을 뗐다. 그는 "일단 조합원이니 아내와 오긴 했는데, 이제 와서 제대로 되겠는지 의문"이라며 "조합원이 3천명이 넘는데 이해관계 맞추기도 어렵지 않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또 "완전히 시작단계도 아니고 이제 와서 정부가 이렇게 초치듯 나오니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28일 오후 2시에 시작된 정기총회에서 사회자는 "조합원 모두에게 의결권은 아니지만 이 자리에서 의사표시를 해달라"고 제안했다.

선택지는 지금 들어온 제안서를 수정하는 것(제안서 수정)과 처음부터 재입찰을 하는 것(기존 제안서 무효 및 재입찰), 두가지였다.

조합원들의 거수를 통해 대다수의 의견이 확인됐다. 시공사들이 이미 제출한 제안서에서 위반사항을 제외하고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기존 입찰을 무효 처리하고 처음부터 재입찰을 해야 한다는 안을 찬성하는 의견은 소수에 그쳤다.

이수우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이런 의견을) 반영해 이사회·대의원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조합의 최종 결정은 이사회를 거쳐 내달 초 열릴 예정인 대의원회에서 확정된다.

28일 서울 용산구 천복궁교회에서 열린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 정기총회에 입장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ㅣ비즈트리뷴
28일 서울 용산구 천복궁교회에서 열린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 정기총회에 입장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ㅣ비즈트리뷴

다만 서울시가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재입찰이 바람직하다며 조합의 시공사 제안 수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점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재입찰 여부는 조합이 결정할 문제"라며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지만, 각종 인허가 절차를 남겨둔 조합 입장에서 서울시와의 긴밀히 협의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애초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내용이 회의 안건에 없었지만, 초미의 관심사인 만큼 조합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일부 조합원들은 연단에 나와 입찰 무효와 원안대로의 시공사 선정 강행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조합은 앞으로 남은 인허가 절차에서도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며 조합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니라고 못박았다.

조합 측은 이에 대해 "입찰 무효는 현재 입찰에 들어온 시공사들에 대한 처리가 문제가 된다"며 "원안대로의 시공사 선정 강행도 현행법상 정부가 시공사 시정 선정을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난관에 부딪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는 26일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입찰에 참여한 건설 3사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검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들 건설사가 제시한 사업 조건은 입찰 무효가 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용산구와 조합에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건설 3사(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의 합동 설명회도 애초 이날로 예정됐으나 취소됐다. 내달 15일로 계획된 시공사 선정 총회도 일단 연기됐다.

이날 총회에서는 조합 예산 승인, 정관 변경, 계약이행 보증금 사용 추인, 용역 계약 등 11개의 안건이 처리됐다. 전체 조합원 3853명 가운데 서면결의서를 포함해 표결에 참여한 조합원은 2779명이었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