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텔 CPU 위탁 생산 따냈다…2030 파운드리 1위 '초록불'
삼성, 인텔 CPU 위탁 생산 따냈다…2030 파운드리 1위 '초록불'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11.2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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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반도체 업계 경쟁자인 인텔로부터 PC 중앙처리장치(CPU) 위탁 생산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인텔은 간단한 부품은 삼성전자와 위탁 생산 계약을 한 사례는 있지만, 주력 분야인 CPU의 위탁 생산을 맡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스템 반도체 진영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인텔의 위탁 생산을 따낸만큼, 삼성전자가 목표로 내건 '2030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에도 초록불이 켜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PC용 CPU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자체 생산 외에도 위탁 생산을 결정하고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등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인텔은 최근 PC 제조업체 휴렛팩커드(HP)와 레노보 등이 CPU 공급 부족 사태를 비판하자,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 부사장 명의로 발표한 사과문에서 수요 예측 실패를 시인하면서 파운드리 사용을 늘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파운드리 업체 가운데, 인텔의 CPU를 위탁 생산할 수 있는 곳은 TSMC,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 등으로 제한적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메모리와 비(非)메모리를 합친 전체 반도체산업에서 글로벌 1위를 다투는 경쟁 관계지만, 수요 공급을 맞추기 위해 삼성전자와도 협력키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이번 결정이 내부적으로 상당히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인텔은 CPU 시장에서 수년 간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최근 AMD가 기술력을 앞세운 CPU '라이젠3'를 내놓으면서 빠른 속도로 인텔을 추격하고 있다.

인텔의 CPU는 현재 9세대 기준 14nm(나노) 공정에 머무르고 있으나, AMD는 7nm 공정까지 개발된 상태다.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인텔의 10세대 CPU도 14nm 공정이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이 현재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향상외에도 파운드리 투자를 넓혀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에게 파운드리를 지속적으로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로서는 2030년 파운드리 1위라는 목표를 내건만큼, 이번 협력이 긍정적으로 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경우 인텔뿐 아니라 AMD의 위탁도 맡고 있어 인텔로서는 삼성전자가 파트너로 더 적합하다고 여긴 듯 하다"면서 "내년에는 스마트폰 AP 업체 퀄컴에 이어 인텔 칩 외주 가능성이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