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요구안 ‘KTX-SRT 통합’...필요성 얼마나?
철도노조 파업요구안 ‘KTX-SRT 통합’...필요성 얼마나?
  • 용윤신 기자
  • 승인 2019.11.22 1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일 9시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철도노조의 요구사항 중 ‘KTX-SRT 통합’ 이슈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KTX-SRT 통합’에 대한 논의가 있다가, 이번 철도노조 파업으로 다시 한번 불이 붙은 것이다.

■ 이명박-박근혜정부 민영화 추진으로 탄생한 SR, 코레일과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

2016년 12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SRT는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KTX와 달리 SR이 운영하는 고속철도 브랜드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철도민영화정책으로 탄생했다. 

철도분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 2011년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에 따라 수서발 고속철도의 민영화에서 비롯됐다. 박근혜 정부시기인 2013년 수서발 고속철도를 철도공사의 출자회사로 설립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 고속철도 분리운영을 추진했다. 명분은 코레일의 독점구조를 없애고 경쟁을 통해 효율화하는 것.

하지만 SR은 코레일과 경쟁회사이면서 모회사-자회사인 특이한 구조를 취해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SR의 지분의 41%를 코레일이 가지고 있으면서, 노선상으로 SR은 수서~천안아산까지 구간만을 KTX와 달리하고 나머지 경부,호남선을 KTX와 같이 사용하는 ‘제로섬게임’이기 때문이다. 같은 노선을 두고 경쟁하기 때문에 자회사인 SR이 수익이 많이 나면 모회사인 코레일은 경영이 악화된다.

동시에 SR은 고속열차를 독자적으로 운행할 제반시설, 시스템, 경험, 인력 등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의 정책결정으로 탄생하여 업무 대부분을 코레일에 위탁하고 있다. 양사의 열차 운행, 운임 등 주요 정책 수립도 코레일이 아닌 정부가 관여해 경쟁이라는 말이 무의미하다.

SRT 노선도(왼쪽) 및 KTX 노선도(오른쪽) | SRT·코레일 홈페이지
SRT 노선도(왼쪽) 및 KTX 노선도(오른쪽) | SRT·코레일 홈페이지

■ SRT-KTX 통합...요금인하와 공공성 강화 가능한가

SRT와 KTX 통합을 주장하는 측은 통합으로 KTX의 요금을 인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당초 코레일의 적자를 개선하겠다던 정책 취지와 달리 SR개통으로 코레일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SRT 수송량 5만3000명의 약 70%가 코레일의 수요에서 전이된 것으로 분석되는 데 이는 코레일의 연간 4000억원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이는 SR의 차별화된 서비스탓이라기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익이 발생하는 고속철도만 운영하는 SR과 달리 코레일은 KTX의 수익으로 일반여객, 광역, 화물열차의 적자를 보존하는 경영구조탓이다. 

즉 SRT 운행으로 KTX의 적자가 심해질 경우 고속철도 수입으로 일반철도를 지원하던 코레일은 일반철도·벽지노선 운영을 줄이고 이는 국민 이동권과 철도안전 약화, 지역간 불평등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SR와 KTX을 통합하면 고속선로 배분으로 감소했던 서울·용산발 경부·호남선 KTX수를 증차해 피크시간대 좌석을 확보할 수 있고 배차간격도 줄일 수 있어 공급 좌석의 수를 2만~3만석 더 늘릴 수 있다. 이를 통해 3000억~4000억원 정도 영업수익을 올려 KTX 요금을 10%가량 인하할 여력이 생긴다.

이러한 논의는 2017년 시작되었지만, 국토부는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철도 공공성 강화’ 목표하에 진행된 통합 논의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번번이 논의를 미룬 것.

2018년 6월 김현미 장관도 취임하면서 같은 해 10월까지 해결하겠다고 했다가 SR가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12월부터 논의를 하겠다며 말을 바꿨다. 12월이 되자 이번에는 1월부터 평가용역을 하겠다고 하다 결국 임기 절반을 넘기고 말았다. 

국토부는 철도통합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없이 동일한 입장만 반복하고 있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국토부와 코레일 내부의 적폐세력이 연구용역을 중단시키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코레일-철도노조의 입장 차가 확인되면서 철도파업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토부가 같은 말을 반복하기 보다는 서둘러 타협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즈트리뷴(세종)=용윤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