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눈물의 롯데마트 '삼겹살 데이', 그리고 사라진 후행물류비
[기자수첩] 눈물의 롯데마트 '삼겹살 데이', 그리고 사라진 후행물류비
  • 전지현
  • 승인 2019.11.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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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상품을 한곳에 모아 판매하는 큰 규모의 할인점인 대형마트는 일반 소매점보다 낮은 가격에 물건을 판매함으로써 '가격 파괴'란 본질을 갖고 있다. 제조사나 생산자로부터 물품을 대량 매입함으로써 판매가를 낮추고 소비자에게 낮은 가격을 제공해 1993년이래 현재까지 유통업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삼겹살 데이'. 롯데마트가 2012년 7월부터 2015년 9월까지 3년여간 총 92차례 실시했던 가격 할인행사는 현재 '눈물의 삼겹살 데이'로 통하고 있다. 돈육을 제공한 납품업체들한테는 '납품가 후려치기 손해'란 이유로 '눈물이', 롯데마트에게는 기존대로 할인행사를 진행하려다 갑질 멍에와 과징금 폭탄을 떠안아 '눈물이' 된 모양새다.

올초부터 떠들석하게 들리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롯데마트를 향한 칼날의 결과가 지난 20일 과징금 412억원으로 돌아왔다. 이로써 롯데마트는 공정위로부터 대규모유통업법(유통업법)이 적용된 과징금 규모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자 2017년 영업이익과 맞먹는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서면약정 없는 판촉비용 전가행위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 사용 ▲PB상품 개발 컨설팅 비용 전가 ▲세절비용 전가 ▲저가매입행위 등 5가지 행위를 불공정으로 봤다.

헌데 이중에는 올해 초까지만해도 '삽겹살 데이' 논란의 핵심으로 당초 공정위가 문제 삼았던 '후행물류비'가 사라졌다. 공정위는 9개월 전만 해도 심사보고서상에 후행물류비에 대해 4700억원 과징금을 책정한 바 있었다.

당초 관행처럼 이뤄지는 후행물류비가 문제시되자, 롯데마트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정거래팀을 선임해 제재가 확정되면, 법정공방을 통해 정상거래였음 명확히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과징금 규모가 훨씬 큰 후행물류비 건은 아무런 제재없이 흐지부지된 것이다.

공정위가 내놓은 불공정 행위 사항을 놓고 봐도 묘한 여운이 남는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납품업체와 사전 협의해 할인 행사가 기간에 아님에도 비행사 기간에 납품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받아 판촉행사를 벌였다. 납품단가 인하를 통해 판촉행사 비용을 납품업체에게 부담하게 한 것으로 서면약정 없는 판촉비용 전가행위로 본 것이었다.

하지만, 통상 대형마트는 직매입 구조를 갖고 있다. 직매입거래은 납품업체로부터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거래형태를 말한다. 즉, 납품업체로부터 물건을 받고 나면 해당 제품에 대해선 납품업체와의 가격 책정에 대한 관계가 사라진다.

더욱이 서면약정이란 납품업체의 사후 권리구제를 어렵게 하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명시한 절차로, 유통업법에 따르면 판촉 비용 분담은 사전 서면 약정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서면약정서에는 명확한 기간을 두고 해당 시일 중 제품에 대한 할인율, 전·가격, 할인율에 대한 분담 비율 등을 합의해야하는 것이다.

문제는 현장에서는 신선식품, 특히 돈육의 경우 시세가 일정하지 않아 서면 계약 체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롯데마트는 시간대별 변동폭이 커 종전가격이나 정산가를 책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전하며 관련기준 마련을 요구해왔지만 답변조차 받지 못해왔다.

롯데마트 측은 "신선식품, 특히 돈육의 경우 시세가 일정하지 않아 서면 계약 체결이 어렵다"며 "대형마트가 생긴 이래 지속돼 왔던 것인데 공정위의 지침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롯데마트와 공정위는 법정에서 맞붙을 전망이다. 공정위 심의 결과가 유통업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도출된 만큼 행정소송을 통해 명확히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어서다. 롯데로써는 이번일을 그대로 받일 경우, '갑질' 기업이란 이미지로 심각한 피해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부담도 있다.

한달 후, 법정에서 명확한 판단은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사라진 '후행물류비'와 20일 내놓은 '불공정행위' 판단을 놓고 볼때 불공정거래에 대한 명확성을 판단을 해야할 공정위가 오히려 명확성과 체계성이 없음을 스스로 보여준 결과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칼날의 목표를 정해놓고 집요하게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