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어부 2명의 강제 북송은 반인권적 조치였나
탈북민 어부 2명의 강제 북송은 반인권적 조치였나
  • 윤소진 기자
  • 승인 2019.11.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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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동해상에서 우리 해군에 의해 예인되는 북한 목선 ㅣ 통일부 제공
지난 8일 동해상에서 우리 해군에 의해 예인되는 북한 목선 ㅣ 통일부 제공
정부가 사상 처음 북한 주민을 판문점을 통해 다시 북한으로 추방하면서 이는 '반인권적 조치'라며 법조계 안팎의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반면 흉악범을 수용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며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문제 삼아 정부의 조치가 적절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일 동해상에서 나포한 북한 주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7일 밝혔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동해  NLL 북방한계선 인근 해상에서 월선한 북한 주민 2명을 나포해 합동 조사를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나포된 어선은 동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오징어잡이 배로 탑승해 있던 선원은 20대 남성 2명이었다.
 
정부는 "이들은 동료 승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5일 북측에 이들의 추방 의사를 전달하고 다음 날 인수 의사도 확인받았다"고 발표했다.
 
또 추방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선 "이들은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어민 2명 중대 범죄자? 귀순 의지 있었나?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8월 중순 함경북도 김책항을 출항해 러시아 해역 등지를 다니며 두 달 반 동안 오징어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한 선장에게 보복하기 위해 3명이 공모하고 선장을 살해했다. 이를 숨기려고 동료 선원 15명도 둔기를 이용해 잔인하게 살해하고, 주검을 모두 바다에 빠뜨렸다고 했다.
 
공범 3명 중 1명은 김책항에서 북쪽 당국에 붙잡히고, 나머지 2명은 동해 남쪽으로 도주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진술 말고 살해 증거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각각의 진술과 배의 상황이 일치한다”며 “범죄 행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이들의 귀순 의사에 대해 논란이 있었으나, 정부는 최종적으로 "귀순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0월 31일부터 작정이 진행돼, 11월 2일 새벽 해군이 제압해서 나포했다"며 "최종적으로 귀순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나포했다"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해군에 제압된 뒤 귀순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으나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방을 결정했다"며 "이들이 해군과 조우한 뒤 이틀 동안 도주했고 경고사격 뒤에도 도주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주민 강제추방 조치, 법률적 근거 빈약·성급한 판단
 
범죄자 추방은 국제적으론 범죄인인도조약 등을 근거로 하지만, 정부가 북측 주민을 추방한 선례나 관련한 법률 명문 규정이 없다.
 
남북 사이에 명문 합의도 없기 때문에 지난 일주일간 각종 언론과 보수 단체들은 "탈북자들을 다 북송할 거냐"며 정부가 북한 주민 2명 강제 추방한 것을 규탄하는 의견을 쏟아냈다.
 
북한시민연합, 통일전략연구소 등 국내외 20여 개 인권단체, 납북피해가족단체, 민간연구단체 등은 공동성명에서 정부의 강제송환이 불법이라며 비판하며 국회에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대한변협은 14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정부의 북한 어부 강제북송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대한민국 헌법 3조에 의해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되며, 국가는 헌법 제10조가 규정하듯이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북한 주민의 기본적 인권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장돼야 하고, 결코 정치 논리나 정책적 고려 때문에 소홀하게 다뤄지거나 침해돼서는 안된다.
 
대한변협은 정부가 강제북송의 근거로 든 법률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정부는 동료 선원을 살해하고 도피했다는 점에서 해당 주민 2명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북한이탈주민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법 9조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의 경우 북한이탈주민 보호대상자로 결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변협은 "'북한이탈주민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북한 주민에게 동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제9조에 따라 이들에 대하여 보호 및 정착지원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보호 및 정착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 이를 근거로 국민으로 인정되는 북한 주민을 강제송환할 법적 근거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은 "정부의 5일간의 짧은 조사는 중요한 인권 문제에 대한 성급한 판단이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과의 소통과 평화적 교류를 통한 통일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양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당연하다"면서도,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과 5일 만에 강제북송이 시행된 점, 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 권리가 있음에도 이를 전혀 보장받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조치가 법치국가와 민주국가임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인권 보호 상황을 다시금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권자인 국민의 인권보장은 그 어떠한 정치 논리나 정책 판단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면서 "정부는 이번 강제북송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하여 철저하게 해명하는 한편, 다시는 이런 인권침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북한이탈주민의 법적 지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의 확립과 변론 받을 권리의 보장을 포함해 관련법의 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대한변협 대변인 이충윤 변호사(법무법인 해율)는 "(이번 사안에서)정부가 북한 주민의 강제추방이 가능하다고 북한이탈주민법을 해석한 것은 위헌적인, 잘못된 해석"이라고 일침했다.
 
이 변호사는 "북한이탈주민법 제3조에 따라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을 결정하고, 동법 제9조에서 정하는 흉악범 등은 보호 및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결정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을 추방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현재 비보호결정을 받고도 추방되지 않은 탈북민이 상당수 있다"면서, "헌법상으로 국민을 강제추방하는 것은 거주이전의 자유(헌법 제14조)라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