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CEO 연임점검]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고질적 실적 부진에 악재 겹쳐 ‘빨간불’
[카드사 CEO 연임점검]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고질적 실적 부진에 악재 겹쳐 ‘빨간불’
  • 박재찬 기자
  • 승인 2019.11.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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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부진에 코스트코 독점계약 경쟁사에 빼앗겨
그룹 내 인사기조도 ‘60세 퇴진론’

올해 말에 이어 내년 초까지 카드업계에 인사태풍이 불 전망이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등이 연말연초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으로 카드업계가 불황인 가운데 임기만료를 앞둔 CEO들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비즈트리뷴은 임기만료를 앞둔 CEO들의 재임기간 공과를 짚어본다.

지난 2014년 이후 연임을 거듭하며 삼성카드를 이끌어온 원기찬 사장의 임기만료가 내년 3월로 다가왔다. 삼성카드는 원 사장 취임 이후 고질적인 실적부진을 벗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대형할인점 코스트코 독점계약을 경쟁사인 현대카드에게 빼앗기며 주요한 수익창구까지 잃었다. 여기에 삼성그룹 내에서 ‘60세 퇴진론’이 인사기조로 떠오르면서 원 사장의 연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사진제공=연합뉴스

취임 이후부터 이어진 고질적 실적 부진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은 28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23억원 대비 3.8% 증가하며 순이익에서 전년 대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 사장이 취임한 2014년 이후 삼성카드의 당기순이익은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지만, 취임 1년차인 2015년 크게 하락한 순이익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원 사장의 취임 첫해 삼성카드의 연말 당기순이익은 6560억원을 기록했지만, 1년 뒤인 2015년말 순이익은 3337억원으로 전년 대비 49%나 하락했다.

이후 2016년 말 순이익은 34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개선된 성적을 보였고, 2017년에는 순이익 384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1% 증가한 성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삼성카드는 2년간의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지난해 말 순이익 343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 하락한 성적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 카드업계의 불황속에서도 삼성카드는 지난 3분기까지 전년과 비교해 개선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 사장이 취임한 이후 삼성카드의 순이익은 전반적으로 크게 하락했고, 지난 3년간 순이익 성장세도 시들한 상황이다.

삼성카드 순이익 증감 추이 / 표=박재찬 기자
삼성카드 순이익 증감 추이 / 표=박재찬 기자

주요 수익창구 ‘코스트코 독점계약’ 경쟁사에 뺏겨

올해로 6년째 삼성카드를 이끌고 있는 원 사장의 내년 연임은 여러 악재가 겹쳐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삼성카드는 지난 18년간 유지해오던 대형할인점 코스트코와의 독점계약을 올 상반기 경쟁사인 현대카드에 넘겨줬다. 코스트코의 매출 규모나 방문 고객 수 등을 따져봤을 때 삼성카드는 중요한 수익창구를 잃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의 회원 수는 200만 명이 넘고,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4조원 넘는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 중 카드결제금액은 3조원 수준이다.

여기에 삼성그룹의 ‘60세 퇴진론’도 원 사장의 연임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그룹 사장단은 60대가 물러나고 50대가 선임되는 세대교체 기조가 뚜렷하다. 원 사장은 1960년 2월 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2월에는 만 60세가 된다. 실제 2017년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금융그룹에서 60대에 들어선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까지 모두 교체됐다.

◆ '노조 와해' 관련 혐의 재판도 걸림돌

설상가상으로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도 원 사장의 연임에 걸림돌이다. 그는 2013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를 와해하는 일명 ‘그린화작업’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하고 실행한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그룹과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들에 실형을 구형했고, 원 사장에게는 3년이 구형됐다. 재판 결과는 다음 달 17일 나올 예정인데, 만약 검찰이 구형한 실형 3년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연임은 어려워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원 사장이 지난 6년 동안 업황이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핀테크 등의 산업을 통해 혁신경영을 이끈 점은 높게 평가되지만, 결국 삼성카드의 실적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여기에 실적뿐만 아니라 여러 악재가 겹쳐 연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