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부담 던 LG, LG CNS 지분 매각 1조 용처는
'일감몰아주기' 부담 던 LG, LG CNS 지분 매각 1조 용처는
  • 이연춘
  • 승인 2019.11.1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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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PE가 1조원 수준에 LG CNS 지분 35%를 인수한다. 정도경영에 보폭을 넓히는 구광모 LG 회장이 향후 걸림돌이 될수 있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사전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선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날 수 있는데다가 1조원에 달하는 자금까지 확보할 '일거양득' 전략으로써 그룹 차원의 사업재편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는 현재 보유중인 LG CNS 지분 일부 매각과 관련해,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운용(Macquarie Korea Opportunities Management, Ltd.)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구체적인 협상 조건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의할 예정이며, 향후 구체적인 결정사항이 있을 경우 즉시 공시하도록 하겠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상속·인사 문제나 일감몰아주기 해소 작업 등을 '정공법'으로 돌파하며 LG그룹의 구광모 호(號)가 안착되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LG는 2018년 11월 서브원을 공정위 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정리했다. 서브원은 LG가 지분 100%를 갖고 있던 자회사였다. 그룹 계열사 내부 거래는 해마다 70%를 넘었다. 

당시 LG는 서브원에서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부를 떼어내는 물적분할을 단행했다. 존속회사로 남겨진 에스앤아이(S&I)는 건설업만 남겼다. LG그룹은 이후 물적분할한 서브원 매각 절차를 추진했다. 

LG그룹이 알짜 계열사인 LG CNS 지분 매각에 나선 이유는 공정거래위원회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당초 보안성 등을 이유로 SI업체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지만, 개정안에서 이에 대한 예외조항은 빠졌다. 사전 준비를 통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판단에서다.

LG그룹의 핵심 소프트웨어 기업의 지분 매각이 향후 LG 전체의 IT 전기전자 분야 전반의 재편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여기에 향후 매각 대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35%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 그 가치는 7000억원∼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LG CNS 지분 역시 높은 지분율 중 일부를 매각하며 향후 그룹 신성장동력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지분 매각대금이 유입될 경우 재무구조 개선 등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LG CNS는 LG그룹과의 연결 고리가 느슨해짐에 따라 LG 계열사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역량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2년 뒤인 2021년까지 LG CNS는 아시아·태평양 클라우드 SI 사업자 가운데 3위 이내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현재 대한항공의 전사적자원관리(ERP), 화물 및 운항 시스템, 내부 회계통계 시스템 등을 아마존웹서비스(AW) 클라우드로 이전 작업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LG그룹이 처한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면서도 "LG그룹은 차세대 성장사업인 로봇과 전장 분야에 부지런히 투자를 하고 있으나 기민한 투자와 과감한 의사결정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IT사업에서 경쟁사에 비해 결단이 늦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고 했다. 향후 구 회장이 LG전자의 공격적 투자 DNA를 깨울지도 관심사라는 것.

구 회장은 지난해 6월 LG그룹 지휘봉을 잡은 이후 일감 몰아주기 부담을 덜고 있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기업 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무를 대행하는 서브원 지분 60%(6020억원)를 매각했고, 물류업체 판토스는 오너 일가의 보유 지분 전량(19.9%)을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했다.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