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 시대' 열리는 유료 방송 시장...통신3사 중심 재편
'삼국 시대' 열리는 유료 방송 시장...통신3사 중심 재편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11.1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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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티브로드 합병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 인수를 승인하면서 유료 방송 시장이 국내 통신3사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CJ헬로를 품는 LG유플러스는 점유율 합계 24.54%로 1위인 KT(31.07%)에 이어 단숨에 2위로 올라서게 되며, SK텔레콤은 23.92%로 그 뒤를 바짝 쫓는다. 이통3사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79.53%다. 바야흐로 통신사의 '삼국지' 시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일 LG유플러스와 CJ헬로,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여전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 절차가 남아 있으나, 가장 까다롭다는 공정위의 승인이 떨어진만큼 각 사의 인수합병은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그동안 유료방송 시장은 KT가 압도적 1위를 유지해왔다. KT는 자사의 강점인 유선 인프라를 기반으로한 IPTV 서비스 '올레tv',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앞세워 지난해 하반기 기준 31.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4.3%, 11.9%에 그쳤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번에 기업결합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각각 24.5%, 23.9%로 올라서게 됐다. 이에 따라 KT와 10%포인트 이하로 점유율 격차를 좁히게 되면서, 기존 KT의 1강 체제에서 통신3사의 3강 구도로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KT가 그동안 경쟁사의 인수합병을 손놓고 구경만 한 것은 아니다. KT는 케이블TV 업계 3위 업체인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해왔다. 인수가 이뤄질 경우, KT의 시장 점유율은 37%까지 상승하게 돼 경쟁사와 격차를 다시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위 사업자가 전체 시장 점유율 3분의 1인 33.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합산규제' 법안에 발에 묶이면서 인수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합산규제 법안은 지난해 6월 일몰됐으나, 아직까지 국회에서 후속 법안을 내놓지 못하게 되면서 현재로서는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KT로서는 정부가 경쟁사의 인수합병 추진에 불허 결정을 내리기를 내심 기대한 듯 하다. 앞서 2016년 당시에도 정부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 합병을 불허 결정한 바 있어서다. 이번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의 인수합병건도 3년전과 비슷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그렇다면 3년 전과는 달리 정부가 이번에는 180도 다른 결정을 내린 이유는 뭘까. 유튜브, 넷플릭스 등 외산 업체들이 국내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여지를 넓혀주려는 취지라는 게 업계 견해다.

업계에서는 통신사 3강 구도로 인해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활발해져 서비스 중심의 시장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디어 시장 주도권이 OTT 외산 업체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게 그 이유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마케팅 비용 지출을 통해 가입자를 확보했던 양상에서 탈피해, (통신3사의 경쟁을 통해)서비스 중심의 시장환경 조성, 규모의 경제를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