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전에 흥행에도…복잡해진 금호산업 셈법
아시아나 인수전에 흥행에도…복잡해진 금호산업 셈법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11.0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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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대 매물로 꼽히던 아시아나항공의 본입찰이 마감되면서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의 선택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인수후보자들이 얼마나 써냈는지 이상으로 아시아나항공 구주(31.06%)를 얼마에 인수 할 것이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하지만 정작 빅2로 꼽히던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애경그룹 컨소시엄이 4000억원대를 하회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호산업의 고민이 커져가는 분위기다.

8일 금호산업에 따르면 지난 7일 마감된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에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애경그룹-스톤브릿지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이 각각 입찰서를 접수했다. 

이들이 써낸 희망가는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약 2조5000억원, 애경그룹 컨소시엄이 약 2조원에 못미치는 금액으로 전해진다. KCGI컨소시엄은 막판까지 전략적투자자(SI)를 섭외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은 성사시키지 못하면서 탈락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주목할 점은 이들이 제시한 인수희망가 중 구주 인수가가 얼마나 되느냐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통상적인 M&A와 달리 금호산업의 보유지분(구주)에 신주발행액의 합산으로 결정된다. 현재 매각을 주도하는 금호산업의 고민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구주인수액은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으로 흘러가는 자금인 반면 신주발행액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투자금액으로 남게 된다.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구주인수가를 높이는 것이 유리하고 아시아나항공이나 인수자 입장에서는 신주발행액을 높이는 것이 유리해진다. 

금호산업은 매각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연내매각이 불발될 경우 매각의 주도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국가기간사업으로 사실상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금호산업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대목.

실제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애경그룹 컨소시엄은 이번 본입찰에서 모두 구주인수가로 4000억원이 안 되는 비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당초 예상되던 4500억원을 크게 하회하는 규모다. 

시장에서 추측한 아시아나 매각가 1조5000억~2조원을 크게 상회하는 입찰에도 금호산업이 실제 수령하는 자금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 처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은 그룹의 핵심이었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통해서 그룹 재건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구주를 높은 가격에 팔고 싶었을 것”이라며 “구주 인수가에 대한 평가점수가 별도로 마련돼 있는 만큼 또 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금호산업이 구주 가격을 올리기 위해 인수후보자와 별도의 협상에 나서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호산업 측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는 약 1주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나 변동될 수 있으며, 금호산업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완료해, 매각을 종료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