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DLF와 라임사태...펀드에 몸살 앓는 은행들
'같은 듯 다른' DLF와 라임사태...펀드에 몸살 앓는 은행들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11.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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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펀드 회계실사 돌입...은행들 "펀드 중개한 것뿐"
금융당국 "시장상황 지켜봐야...DLF와 라임펀드는 달라"

은행들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라임사태의 경우 투자자 손실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탓에 은행들은 투자자 불신이 확산될까 우려하는 눈치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4일부터 환매중단 펀드 2개에 대한 회계실사에 돌입했다. 실사를 진행하는 회계법인은 비공개로, 실사는 약 한 달간 진행된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이번 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지난 8월 라임자산운용이 편법 거래를 통해 수익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관련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금 환매 요청이 급증했고, 자금유출 속도가 빨라지면서 라임자산운용이 유동성 위기에 몰린 것이다.

여기에 최근 코스닥시장 부진으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주식으로 전환하려던 메자닌 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것도 유동성 위기의 배경이 됐다.

이에 라임자산운용은 지난달 ▲라임 플루토-FI D-1호(사모채권 투자펀드) ▲라임테티스 2호(메자닌 투자펀드) ▲라임 플루토-TF 1호(무역금융 투자펀드) 등 모펀드 3개의 환매를 중단했다. 이 중 '라임 플루토-FI D-1호'와 '라임테티스 2호'가 이번 회계실사에 포함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실사에서는 라임자산운용이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회계상 문제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내다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회계실사를 나간다고 하면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어떤식으로 회계상에 녹아들어가 있는지, 자금의 흐름이 어떤 식으로 돼있는지, 투자금이 투자가 아닌 다른 용도로 들어간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겠다는 의미"라며 "라임사태도 수익률 돌려막기 얘기가 나오면서 이슈가 됐었기 때문에 아마 그런 부분도 고려해서 들여다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이번 회계실사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환매중단 펀드 투자자의 60% 가량이 은행을 통해 가입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환매중단 라임펀드 가입 규모는 약 3500억원으로 가장 컸다. 하나은행은 약 85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도 라임펀드를 판매했지만 이번에 환매중단된 펀드는 팔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취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회계실사도 우리은행 등 주요 판매사들이 라임자산운용에 먼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는 일단 회계실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면서도 이번 라임사태가 불완전판매 등으로 논란이 된 DLF에 연결지어 해석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우선, 라임사태는 투자자 손실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DLF와 결이 다르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특히, 라임펀드는 현재 환매가 중단됐을 뿐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이 날 수도 있다.

또 은행들은 펀드 설계·판매 등에 적극 개입했던 DLF와 달리 라임사태에서는 라임자산운용의 자료와 설명을 토대로 펀드를 판매한, 사실상 중개인의 역할만 했다고 주장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라임은 단 손실이 발생할지 조차 확정되지 않았고, 운용사의 설명이나 자료를 전달해 판매했기 때문에 은행은 여기서 중개인의 역할만 했을 뿐"이라며 "운용사의 자료 자체, 설명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사실 법적다툼까지 갈 수도 있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라임은 DLF와 결이 다르지만 펀드라는 카테고리로 같이 묶여서 계속 언급되고 있다"며 "은행에서 위험한 펀드를 무작정 판매한 것이 아닌데 그렇게 비춰질까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DLF 사태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사태가 충분히 안정화될 수 있음에도 과잉대응함으로써 시장 불안감이 확산되는 것을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DLF와 라임 모두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라임자산운용은 환매를 연기한 것이지 손실이 난 것이 아니어서 일단 분쟁조정 대상이 될 수 없고, 불완전판매 문제가 있었던 DLF와는 접근 방법이 다르다"며 "시장 불안감이 안정되면 잘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인데 오히려 시장 불안감이 확산돼서 펀드런이 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