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기술혁신+인재양성"…50주년 삼성전자, '100년 기업' 준비
"흔들리지 않고 기술혁신+인재양성"…50주년 삼성전자, '100년 기업' 준비
  • 이연춘
  • 승인 2019.10.3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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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10년 3월24일 경영복귀 직후 임직원들에게 보냈던 메시지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는 다음달 1일 창립 50주년 하루 앞두고  있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969년 설립 첫해 대비 매출 외형이 437만 배 넘게 성장했고, 당기순익도 28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매출 243조5000억원과 영업이익 58조9000억을 거두며 사상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회사가 발표한 ‘2018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사회·경제·환경 분야 등의 지속가능경영가치는 총 50조원으로 늘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삼성전자는 다음 50년을 준비하기 위한 '초격차'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0년 전에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IT 기업으로 도약한 것처럼, 올해는 초일류·초격차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올해 경영 전략은 과거 2010년과 다른 듯 같다. 다른 점은 2010년 당시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였던 5대 신수종 사업이 '인공지능(AI), 5G 이동통신,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 사업으로 바뀌었다.

■뉴삼성 본격 시동…AI·5G·바이오·전장부품 중심

삼성전자가 지난 50년간 쌓아온 위상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수준이다. 1969년 설립된 이름도 생소한 동양의 한 작은 전자회사(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가 반도체, 스마트폰, TV, 냉장고 등을 앞세워 전 세계인의 집안과 손안, 생활을 지배하는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창립 당시 36명이던 임직원은 10만명을 넘었고, 매출은 3900만원에서 244조원(2018년 기준) 규모로 늘었다. 해외로 제품을 처음 내보냈던 1972년 2억5000만원에 불과하던 수출액이 153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주력 사업인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최고 수준인 미세공정 경쟁력을 바탕으로 '초격차 전략'을 더 강화해, 세계 1위 자리를 지킨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AI와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등 비메모리 사업의 투자를 늘려 성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역시 세계 톱2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스마트폰 부문에선 폴더블폰 등 세계 최고 프리미엄 제품과 중저가 시장을 동시에 잡는 이원화 전략을 세워 나가고 있다. TV 부문은 초대형 제품과 초고화질 제품 판매를 늘려 '글로벌 리더' 자리를 지킬 방침이다. 생활가전 부문에선 빌트인 가전과 시스템 에어컨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초과학 기술 확보와 인재 육성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 오는 2022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 영역을 AI, 5G, IoT, 바이오 등 미래성장 분야로 확대한다.

또 2023년까지 청년 소프트웨어 인재 1만명을 육성하기 위해 청년 소프트웨어 교육 사업도 올해부터 시작한다. 또 사내 벤처 육성 사업인 'C랩' 프로그램을 외부로도 확대해 2023년까지 사내 200개, 외부 300개 등 총 500개의 스타트업 과제를 지원한다는 목표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사업보국(事業報國)·인재제일(人材第一)·합리추구(合理追求)'의 기업가 정신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5대 신수종 사업을 제시할 당시 사장단에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서 기회를 선점하고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많이 뽑아서 실업해소에도 더 노력해 달라"고 주문한 적이 있다.

■별도 행사 없이 미래준비…초일류 삼성 기틀 마련

다만 창립 50주년은 삼성전자가 비교적 조용히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립 50주년은 외부 행사나 이벤트 없이 연례적으로 창립기념일마다 열리는 내부 행사만 열릴 예정이다.

주력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산업과 관련된 계획을 이미 어느 정도 제시한 시점에서 삼성전자를 둘러싼 안팎의 상황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100년 기업'을 향한 미래투자의 청사진도 속속 나오고 있다. 창립기념일에 맞춘 전사적 차원의 전략, 비전 제시는 없지만 이미 주요 사업 계획은 대외적으로 공표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이 부회장은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을 열고 13조1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올 4월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여명을 신규 채용하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신사업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고용 창출과 투자 확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왔다. 지난해에는 미래신산업에 3년간 180조원 투자를 약속하고, 당초 계획보다 2배 많은 4만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 지원 등 상생 협력도 실행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세계경기가 둔화하고 여러 불확실성으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저희는 흔들리지 않고 차세대 기술혁신과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