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 "내년도 어렵다"...'비상경영' 고삐죈다
4대 금융그룹, "내년도 어렵다"...'비상경영' 고삐죈다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10.3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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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컨콜서 엿본 내년 경영전략...리스크관리·비이자이익 강화 '주력'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올해 3분기 3조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거뒀음에도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우려돼서다.

금융사들은 한목소리로 리스크관리와 비은행·비이자이익 강화를 통한 수익 다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수익성 악화 방어 전략을 세우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그룹 등 4대 금융그룹이 올해 3분기 거둬들인 당기순이익은 총 3조2439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3분기(2조9890억원)보다 8.5% 증가한 규모다.

신한금융이 9816억원을 거둬 '리딩뱅크'를 수성했고 KB금융이 940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하나금융은 명동사옥 매각이익 등 일회성 요인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8% 급증한 8360억원이었다. 우리금융은 4860억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이들 금융사들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고도 경상적 이익체력을 유지하며 모두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왼쪽부터)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사진제공=각 사

신한금융의 호실적은 비은행·비이자이익·글로벌 부문의 성장과 우량자산 위주의 대출성장에 기인한다. 특히, 오렌지라이프 편입 효과 등으로 비이자이익이 지난해 대비 37% 증가한 것이 컸다. 비은행 순익과 글로벌 손익도 각각 15%, 19%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비은행·비이자·글로벌 부문 성장을 통한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내년에도 유지할 계획이다. 경기 둔화, 기준금리 하락 등으로 이자이익 부문에서 발생할 손실을 최대한 방어하겠단 전략이다.

김태연 신한금융 재무팀 본부장은 지난 25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내년도 전체적인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선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산을 고민하고 있는데 수수료 이익으로 자산성장에 못 미치는 손익을 보충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우량·안전자산 중심의 대출성장을 통해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던 것이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실제 KB금융의 3분기 순이자마진(NIM) 하락폭은 전분기 대비 3bp에 그쳤다. 신한금융(4bp), 하나금융(9bp), 우리금융(9bp) 등 다른 금융사들보다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관리됐단 의미다.

KB금융은 이같은 전략을 내년에도 이어간다. 내년 영업환경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전략이다.

김기환 KB금융 재무총괄 부사장은 24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금융업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비우호적인 만큼 은행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당분간 금리하락 사이클 속에서 은행의 순이자마진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우량 중소기업 대출 중심으로 적정한 여신성장을 확보함으로써 이자이익 기반을 견고히 다지고 동시에 비은행부문의 수익성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명동사옥 매각이익 등 일회성 요인 뿐만 아니라 견조한 대출자산 성장을 기반으로 이자이익이 증가하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다만, 내년 호실적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초저금리에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수수료이익 부문 성장도 어려울 것으로 보여서다. 이에 비용 효율화와 IB, 퇴직연금 수수료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승열 하나금융 부사장(CFO)은 25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DLF 사태로) 앞으로 자산관리 수수료이익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IB, 특히 퇴직연금 수수료 수입에 기반을 두고 보안할 예정"이라며 "상품 판매를 디지털로 확대해 채널이나 인력을 절감하는 노력 등으로 비용도 최대한 절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순이익이 48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감소했지만 누적 순이익으로는 경상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우량 중소기업 위주의 대출성장과 핵심예금 증대를 통한 이자이익 증가가 한몫했다. 글로벌부문 순이익도 지난해보다 22.2% 증가하며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 취임 이후 일관성 있게 추진해 온 우량자산 위주의 리스크관리 중시 영업의 결과"라며 "글로벌부문도 총 당기순이익 비중의 10%를 초과하는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하며 향후 손익규모와 수익비중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도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국내 경기 둔화, 저금리 기조 고착화 등으로 영업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건전성 등 리스크관리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함께 자산성장과 이익다변화를 위해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뛰어들 전망이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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