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오픈뱅킹 시대'...은행들, 고객 뺏길라 유인책 쏟아낸다
막 오른 '오픈뱅킹 시대'...은행들, 고객 뺏길라 유인책 쏟아낸다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10.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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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개편하고 서비스 내놓고...오픈뱅킹 앞두고 '고객유치' 경쟁

오픈뱅킹 서비스가 오는 30일 시행되면서 은행 애플리케이션 무한경쟁 시대가 본격 열렸다. 은행들은 고객이탈을 우려하면서도 자사 모바일플랫폼을 전면 개편하는 등 오픈뱅킹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앱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에서 출금·이체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오는 30일 시행된다.

오픈뱅킹은 폐쇄적이었던 은행 결제망을 외부에 개방하는 제도로, 하나의 앱으로 여러 은행의 금융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당국이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과 핀테크산업 활성화를 위해 올해 초부터 추진해왔다. 

오픈뱅킹 서비스가 시작되면 고객은 A은행 앱에 접속해 B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C은행 계좌에 이체할 수 있게 된다. 예전처럼 일일이 은행 개별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어 고객 편의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The Finanser
사진제공=The Finanser

이 서비스는 우선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부산·경남·전북·제주은행 등 시중은행 10곳에 시범 도입한다. 정식 오픈하는 오는 12월부터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2개사를 포함한 총 18곳으로 서비스가 확대된다. 토스, 네이버페이 등 핀테크 기업들도 오픈뱅킹에 참여한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오픈뱅킹 서비스 이용을 신청한 핀테크 기업은 135곳이다.

금융당국은 오픈뱅킹이 시행되면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핀테크산업 활성화, 고객 편의성 강화 등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입장은 다르다. 은행뿐만 아니라 다수 핀테크 기업들이 오픈뱅킹에 뛰어들면서 '주거래은행' 개념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고객이탈 가능성도 커질 수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오픈뱅킹이)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객이 쉽게 다른 은행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위기일 수 있다"며 "사실 기회가 많아지기보단 고객을 뺏고 뺏기는 혈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들은 오픈뱅킹 시행을 앞두고 자사 앱을 개편해 고객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거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고객 유치전에 한창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모든 금융거래를 한눈에 조회·관리할 수 있도록 모바일플랫폼 '쏠'을 전면 개편했다. 은행·카드·증권·보험·연금·부동산·자동차·현금영수증 등 흩어져 있는 자산을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는 'MY자산' 통합자산조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또 고객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생활금융서비스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끌어모은다는 전략이다.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고객유치에 나선 곳도 있다. 최근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Liiv M)'을 선보인 KB국민은행이다.

리브엠은 KB금융에서의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통신 요금제를 대폭 할인해주고 잔여데이터 포인트리 환급, USIM 인증서 등 금융·통신 융합 혁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 서비스다. 금융권에서 최초로 선보인 통신서비스에 더 발전된 형태의 금융서비스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금융과 통신업계 '메기'가 될지에 업계 관심이 모인다. 특히, 국민은행은 이번 리브엠 서비스를 통해 국민은행 앱 이용자가 늘어나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 경쟁력이라는 게 이 앱을 반드시 써야 하는 이유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고객이 리브엠을 쓰게 되면 국민은행 앱을 사용해서 쓸 수밖에 없어서 리브엠 서비스도 고객 유인책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오픈뱅킹에 대비해 최근 '원(WON)뱅킹' 통합 앱을 내놨다.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유저인터페이스(UI)를 단순화하고 핵심 기능들을 메인화면에 배치해 이용자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였다. 또 원뱅킹 앱에 타행계좌를 조회하거나 타행계좌에서 이체할 수 있는 별도 메뉴도 구현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된 상황이라 이런 큰 이벤트(오픈뱅킹)를 앞두고 은행들이 흔히 했던 금리우대 이벤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보단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하거나 차별화된 앱이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끌어모으는 방안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