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이재용 부회장, '50억원' 운명 가른다…파기환송심 앞두고 '작량감경' 집유 여지도
[이슈분석] 이재용 부회장, '50억원' 운명 가른다…파기환송심 앞두고 '작량감경' 집유 여지도
  • 이연춘
  • 승인 2019.10.2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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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이 50억원에 달렸다. 이 부회장이 최순실씨 측에 준 혐의를 받는 말 3필(34억원)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16억원)이 재판의 결론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는 오는 25일 이 문제를 두고 오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진행한다.

이 부회장은 이날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지난해 2월5일 항소심 선고 공판 이후 627일 만이다. 준비기일이 아닌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이 의무적으로 출석해야 한다.

■강요 의한 수동적 뇌물 집유유지 가능성도

지난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말 3필 지원금에 대해 "실질적 사용·처분 권한이 최씨에게 넘어갔다"며 뇌물이 맞다고 판단했다. 또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보고 이를 바탕으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도 뇌물이라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말3필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 혐의액을 모두 뇌물로 인정하면서 삼성이 제공한 뇌물액 규모를 2심보다 50억원 높은 86억8081억원으로 봤다. 이 액수의 횡령에 적용되는 법정형은 징역 5년 이상이지만, 일각에서는 재판부의 ‘작량감경’이 이뤄지면 집행유예의 대상인 3년 이하 형의 선고가 가능하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작량감경'은 정상 참작 사유가 있는 경우 재판부가 재량으로 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씩 감경하는 것을 말한다.

이 부회장 사건의 경우 정상참작 사유가 상당해 재판부의 작량감경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본질이 정경유착의 전형이 아니라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수동적 뇌물 사건'이며 이 부회장 등이 뇌물제공의 대가로 특혜나 이익을 얻은 것이 없다고 판단해 작량감경과 함께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도, 항소심에서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고 그 대가로 70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점과 롯데를 경영하면서 상당한 금액을 횡령·배임한 점이 모두 유죄로 인정됐지만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수동적 뇌물 공여라는 이유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인 이인재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대법원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금품 지원에 대하여 뇌물 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고 생각된다"면서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와 뇌물 액수가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에 대해 무죄를 확정하고 삼성이 어떠한 특혜를 취득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삼성 시계제로…2016년 이후 최악의 터널의 끝은 언제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상고심에서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어두운 터널을 조금 더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악재로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 최악의 경우 '총수 부재' 상황이 재현될 수 있어 벼랑 앞에서 안개속에 갇힌 형국이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 결과에 경영계는 잇달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으며,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외적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1위 기업의 총수 공백은 국내 경영계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대규모 투자, 반도체 2030 비전을 제시하며 미래 준비를 서둘렀던 삼성의 행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삼성으로서는 현안 대응 능력과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의 거취 변화는 없기 때문에 경영 행보는 계속되겠지만 재판 준비로 인해 일정 부분 경영 차질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이 부회장 재판 등으로 인해 미뤄왔던 본격적인 '글로벌 전략'에도 또다시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경영에 복귀한 이후 삼성은 3년 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의 직접 채용 계획을 내놓는 등 다시 활발한 경영 행보를 나섰다. 이 부회장은 미전실 해체에 따른 콘트롤타워 부재를 직접 만회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다니며 신성장 사업을 발굴했고, 최근에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책 마련을 위해 직접 현지로 찾아간 데 이어 사업장 곳곳을 찾아가 "흔들림 없이 투자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 산업이 핵심 부품 및 소재, 첨단기술 등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경쟁력을 고도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삼성그룹이 비메모리, 바이오 등 차세대 미래 사업 육성을 주도하는 등 국제 경쟁력 우위 확보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경영계는 이번 판결이 삼성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행정적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