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발 뺀 '타다' vs 몸집 불리는 '카카오'…정면승부 임박
[이슈분석] 한발 뺀 '타다' vs 몸집 불리는 '카카오'…정면승부 임박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10.23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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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 "카카오 독주체제 가능성 커"
- 카카오, 기사확보가 관건
대형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가 정부와 택시업계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고전하고 있는 사이, 최대 경쟁 상대로 떠오른 '카카오'가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1만대 가량의 증차 계획 유보, 울며 겨자먹기 식의 요금인상 등으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타다와는 달리 카카오는 최근 세 번째 택시 회사 인수까지 나서며 대형 택시 '카카오 T 벤티' 출시에도 순조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자본력, IT 역량, 택시 업계의 지지 등의 이유를 들어 카카오의 손을 더 들어주는 분위기다. 향후 택시 시장의 중심이 카카오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트리뷴 DB
사진=트리뷴 DB
■ 희비 엇갈리는 카카오 vs 타타

2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면허 100여 개를 보유한 경서운수 인수 추진에 나섰다. 올해 진화택시, 중일산업 등 택시회사를 잇달아 인수한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로,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택시 사업을 위한 라이선스(면허) 사들이기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카카오는 현재 대형 승합차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 T 벤티(이하 벤티)' 출시를 준비 중이다. 벤티는 기존 중형 택시인 '카카오 T 블루'와는 별개로, 법인택시 서비스와 손잡고 스타렉스, 카니발 등 대형 차량으로 운행된다. 중형 택시 시장과는 달리, 대형 택시에서는 타다가 종횡무진 중이었으나, 카카오가 여기에 합류하게 되면서 정면승부를 펼치게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벤티가 당초 10월 중 출시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출시 막바지 준비가 다소 지연되면서 11월 초 출시 가능성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10월 출시설은 택시 업계의 예상 시기이지, 확정된 부분이 아니다. 여전히 지자체 요금신고, 기사의 차종 선택, 수수료 합의 등이 남아있다"며 "다만, 벤티 출시가 막바지 단계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카카오모빌리티가 순조롭게 출시 준비를 이어가는 사이 타다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타다는 1만 대 증차 계획을 연말까지 유보시키고, 최근에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기본요금을 800원 인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당초 타다의 기본요금은 4000원으로 일반 택시와 큰 차이가 없어 '가성비가 좋다'는 평이 따른다.

하지만 요금인상으로 4800원이 되면, 서울 지역 택시 기본요금(3800원)과 가격 차이가 1000원으로 벌어져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 지게 되는 구조다. 이에 대해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는 "택시업계와의 상생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 기존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타다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렌터카 개념으로 사업을 운영 중인 타다는 택시업계로부터 ‘불법 영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때문에 서비스 요금을 강제적으로 인상해 택시업계의 반발을 수그러들게 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 서비스 시작 후 이른바 '타다 돌풍'을 일으키며 현재 1400대까지 성장한 타다로서는 첩첩산중이 아닐 수 없다. 택시 업계 반발 등으로 사업 확대에 제동이 걸린 상태에서 자본력을 바탕으로한 카카오와의 승부를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트리뷴DB
사진=트리뷴DB
■ 대형 택시 시장, 카카오 독주체제로 재편되나

현재로서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향후 대형 택시 시장은 카카오로 재편될 공산이 커 보인다. 법적 문제, 플랫폼경쟁력, 차량수 확보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한 타다와는 달리 카카오는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자유롭다.

현재 정부 주도의 모빌리티 개편안이 통과할 경우 타다가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선 플랫폼 운송면허를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아야 한다. 이 경우 택시면허총량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현재 운행 중인 1400대에 대한 면허 확보도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카카오는 택시회사의 인수 및 제휴를 통해 택시 라이선스를 확보한 형태다.

특히나 카카오는 '카카오T'라는 플랫폼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운송시장 진입이 수월하다. 인지도가 높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차량 외관을 꾸민 것도 벤티의 강점으로 꼽힌다.

차량수 확보 역시 카카오모빌리티가 유리해 보인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카카오모빌리티는 벤티 서비스 시작 후 점진적으로 운행 차량수를 늘릴 전망이다. 여기에 참여한 100여개 택시회사들도 차량 확대에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차량 확대에 걸림돌이 없다.

카카오는 벤티 외에도 현재 중형(카카오T블루), 고급(카카오T블랙) 택시 사업을 영위 중이다. 벤티가 본격 출시되면, 카카오는 중·대형· 고급 등 택시 3중 체재를 구축하게 돼 향후 택시 시장이 카카오 독주체재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견해다.
 
사진=카카오T 웹페이지 캡처
사진=카카오T 웹페이지 캡처
다만, 일각에서는 기사 확보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타다가 카카오보다 기사 월급이 높은 편이어서, 카카오가 기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타다 드라이버 월 평균 수입은 약 313만원(월 25일, 일 10시간 운행 기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피크시간에는 인센티브가 붙는 형식이다. 또한 타다 드라이버는 개인사업자(프리랜서)로 분류돼 소득의 3.3%만 세금으로 낸다.

반면, 벤티는 기본급이 260만원(세전)이다. 수습 기간(1~3개월, 회사 재량)에는 230만원이며, 인센티브도 업무 성과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다. 기사의 입장에서는 비교적 수입이 높은 타다 드라이버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카카오는 초기 800여대 운행을 목표치로 잡았으나, 일각에선 초기 운행 대수가 200~300여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벤티 드라이버는)230만원의 경우 수습기간에만 적용되는 것이 맞고, 260만원(세전)이 기본급이 맞다"면서 "회사마다 수습은 1~3개월로 모든 회사마다 카카오가 핸들링할 순 없고 제휴관계이다 보니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260만원 기본급에 인센티브 적용되는 룰은 통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센티브는 타다 형태와는 달리, 운행 매출을 일정 이상을 올리게 되면 그 이상분에 대해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구조로 가져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