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원장 사퇴' 후 'DLF'로 다시 떠오른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악연'
'최흥식 원장 사퇴' 후 'DLF'로 다시 떠오른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악연'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10.2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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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하나은행이 DLF 자료 고의로 삭제"vs 하나 "모르는 일"
김정태 회장 3연임·최흥식 전 금감원장 사퇴로 촉발된 '해묵은 갈등' 상기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KEB하나은행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전산자료 삭제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그룹이 또 한번 부딪쳤다. 과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과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에서 촉발된 양측의 해묵은 갈등이 또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는 금감원이 하나은행의 DLF 관련 자료 삭제 의혹을 인정한 것이었다.

이날 김동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하나은행이 지성규 행장 지시로 작성한 DLF 피해현황, 손해배상 등 관련 자료를 고의로 삭제했냐는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김 부원장보는 "하나은행이 1, 2차에 걸쳐서 (DLF) 자체 전수 점검을 했는데 이 파일을 저희가 발견하기 전까지 은닉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사실상 하나은행이 DLF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고 인정하며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국감장에 증인으로 선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거듭 말했다.

사실 금감원이 DLF 조사에 대한 하나은행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불만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1일 DLF 중간검사 결과 발표 당시 금감원은 "금감원 검사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등 검사에 방어적인 금융사를 향해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8일 금감원 국감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도 금융사들이 DLF 검사에 잘 협조하는지를 묻는 의원 질의에 "일부 은행은 잘 협조하고 있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렇지 않은 은행'이 바로 하나은행인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김정태 회장의 3연임과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에서 비롯된 최흥식 전 금감원장 사퇴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하나금융간 갈등이 또다시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초의 일이다. 당시 김 회장은 3연임 과정에서 지배구조 승계절차가 최고경영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었다.

특히, 금융당국의 문제 제기에도 하나금융이 김 회장의 연임을 강행했고, 당시 최흥식 금감원장도 공개적으로 비판을 쏟아내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금융당국과 하나금융간 갈등설은 최 전 원장이 하나금융 사장 재직 시절 채용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으로 금감원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진정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은 최 전 원장의 채용비리 관련 정보를 흘렸다는 의심을 받았었다.

바로 이런 상황 때문에 이번 DLF건 관련해서도 앙금이 쌓였던 감정이 다시 폭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양쪽 갈등이 예전부터 있긴 했지만, (국감에서) 당국이 이렇게 대놓고 불만을 보인 건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사실 이번 제3인터넷은행에 하나은행이 파트너를 바꾸면서까지 참여한 것도 사이가 좋지 않은 당국과 어떤 대화가 있지 않았겠냐는 얘기가 업계에 있었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