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14년간 이어진 설화수 문화메세나 '설화문화전', 2019 키워드는 '문양'
[현장]14년간 이어진 설화수 문화메세나 '설화문화전', 2019 키워드는 '문양'
  • 전지현
  • 승인 2019.10.21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5219㎡(1578평) 규모에 달하는 로비 중앙에 하얀색 종이로 만든 모형의 집 같은 커다란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좁고 어두운 짧은 동선의 복도를 지나자, 익숙하지 않은 풍경의 거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설화수 '2019설화문화전' 리빙룸 전경.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설화수 '2019설화문화전' 리빙룸 전경.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친숙한 거실 구도와 요소들을 해체해 상승적으로 재구성한 낯선 거실. 나비, 꽃, 새 등 화려한 문양들이 소파와 바닥, 의상, 커튼 등과 하나인듯 어우러져 있다. '호접도 10폭병풍'에 등장하는 문양들은 현대적 드로잉으로 번안돼 패턴으로 전통과 현대를 하나로 연결한다.

이곳은 아모레퍼시픽 한국 대표 럭셔리 뷰티브랜드 설화수가 진행하는 '설화문화전'. 올해로 14년차를 맞은 '설화문화전'은 한국 문화의 아름다운 가치를 되짚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는 설화수 고유의 문화 메세나 활동이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로비 전경. 18일부터 석달간 '2019설화문화전'을 진행한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로비 전경.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올해의 경우 행복과 아름다움을 뜻하는 나비, 새, 꽃 등 우리 전통문양을 주소재로 삼아, 8인 작가들이 독창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석달간 전시한다.

특히, '2019년 설화문화전'의 현대미술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기법을 통해 재탄생한 문양들은 전시 소재에 영감을 준 고미술작품 ‘호접도10폭병풍’, ‘화조영모도10폭병풍’, ‘서화미술회10인합작도10폭병풍’에서 비롯됐다.

투명한 흰천이 드리워진 입구를 통해 집안으로 한걸음 내딛는 순간부터 가장 일상적 공간인 집안에서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된 다양한 한국 전통 문양을 접하도록 이끈다.

■문양을 만나고 취하며 꿈꾸는 안락한 집안의 4개 공간

모형의 집은 ▲리빙룸 ▲다이닝룸 ▲파우더룸 ▲파우더 룸 등 총 4개 공간으로 구성됐다. 전시 기획자 김이홍, 박성진 씨는 "지금 우리의 생활문화 속에서 전통문양의 가치는 무엇일까"란 질문을 통해 박물관과 미술관 밖에서 전통문야의 실용적, 심미적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전시 공간을 완성했다. '집'을 전시 배경으로 삼은 것도 가장 일상적이고도 근원적인 공간이란 이유에서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2019설화문화전' 문양노트 속지와 겉지(사진 좌), '2019설화문화전' 파우더룸 내부 정중앙에 위치한 경대(사진 우).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이 때문인지 4개의 공간은 '전통 문양'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었다. 리빙룸을 지나 두번째 공간인 다이닝룸에 들어서면, 전체적으로 순수한 백색으로 꾸며진 도자기, 장식장이 눈에 띈다.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 뒤를 돌자, 앞서 만났던 새, 나비 등 문양이 식탁 상판에서 디지털 형태로 움직인다. 빛과 함께 이뤄내는 문양을 식탁 속 영상에서 만나는 것이다.

설화문화전 관계자는 "디지털패널로 문양이 움직이는 영상을 표현, 미각과 후각을 더욱 자극한다"며 "리빙룸에서 문양의 입체적 가능성을 탐색했다면, 다이닝룸에서는 문양의 빛과 만나 이뤄내는 시간성과 그 풍경을 들여다본다"고 설명했다.

코너를 돌아 세번째 공간으로 발길을 옮기니 모든 것이 컴컴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앞서 마주한 빛이 눈을 부시게 만들어서일까. 이윽고 문쪽에 '베드룸'이란 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침실 공간이기 때문에 어두움으로 공간으로 꾸며낸 것이다.

설화수 '2019설화문화전' 리빙룸 전경.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설화수 '2019설화문화전' 파우더룸 내 벽장 속 전통문양 드레스(사진 위), 다이닝룸 부엌가구 장식장과 디지털 패널이 상판에 디스플레이된 식탁(사진 아래).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3초 정도 지나니 어둠 속에서 흐릿하게 한쪽 벽면을 차지한 '화조영모도 10폭 병풍'이 보인다. 병풍은 그림 속에 담긴 새들을 마치 그림자처럼 배드룸 곳곳의 패브릭 위로 소환해 내는 듯한 몽환적 느낌을 자아낸다.

병풍 앞으로는 천장에서부터 바닥으로 늘어뜨려진 반투명한 패브릭에 새들의 자취가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고 사라짐을 반복한다. 침구류에 수놓인 전통문양도 바닥에서 떠 있듯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지막은 '파우더룸'. '2019설화문화전'에서 가장 오랜 시간 머문 장소이기도 하다. 문을 통해 파우더룸을 들여다보면, 화려한 색상과 문양을 담은 큰 경대가 정중앙에 위치, 발을 내딛는 나를 환하게 비춘다. 마치 치장을 시작하려는 황후가 된 느낌이다.

경대 서랍 속에 나란히 놓인 칠보전통장인의 공예작품의 설화수 팩트와 벽장 속에 걸린 전통문양의 드레스는 황후의 채비를 서두르라며 유혹한다.

■노트로 만나는 韓 전통문양, 체험도 하고 후원도 하고~

집안에서 꾸며진 4개의 공간과 별도로 아모레퍼시픽 정문 입구에는 또 하나의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혹시나 하고 방문한 이곳 역시 설화문화전으로 구성된 장소였다. 소수의 전통문화 작가 소개와 함께 작품도 전시된 5번째 공간 '라이브러리'다.

선반으로 벽과 지붕을 디자인한 박공형태 집 형태로, 선반에는 책들이 빼곳히 꽂혀 있다. 앞선 장소와 차이점은 방문객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다양한 문양이 담긴 총 27개 속지와 3개의 겉지를 선택해 문양노트를 직접 구성·제작할 수 있다. 단, 5000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 금액은 전통문화 작가들 후원에 사용된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2019설화문화전' 5번째 공간 라이브러리에 가면 지난 14년간 진행된 '설화문화전'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더욱이 '라이브러리'에서는 도서관이란 의미에 맞게 문양노트를 만들며 2006년부터 매년 실시된 설화문화전 발자취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설화문화전은 2003년 전통문화 후원을 위해 발족한 ‘설화클럽’부터 이어져 온 설화수의 문화메세나 활동이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전통을 더 가깝게 느끼고 공감하도록 세대간 소통을 실현하는 취지로 진행하여 올해로 14년째를 맞았다.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