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DLF 사태' 하나·우리銀, '소잃고 외양간'이어도 고치는 게 낫다
[기자수첩] 'DLF 사태' 하나·우리銀, '소잃고 외양간'이어도 고치는 게 낫다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10.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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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의 중심에 있는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고객자산 관리체계 전면 개편에 나섰다. 

전 부문에서 환골탈태해 잃어버린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재발 방지에 주력하겠단 두 은행의 의지가 느껴진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두 은행은 불완전판매를 원천 차단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고객자산 관리체계 혁신안을 발표했다.

우선, 하나은행은 불완전판매 원천 차단을 위해 정책, 제도 및 프로세스 등 전 과정을 전부 개선한다.

개편안은 ▲손님투자분석센터 신설 ▲완전판매 프로세스 준수를 위한 통합 전산시스템 개발 ▲PB 평가지표(KPI) 고객수익률 배점 상향 ▲투자상품 리콜제(책임판매제도) 및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필체인식시스템 도입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후 외부 전문가 리뷰 시행 등으로 구성됐다.

우리은행도 자산관리영업체계, 인프라, 영업문화, KPI 등 전 과정을 개편하는 내용의 '핀셋 혁신'을 추진한다.

혁신안에는 ▲외부 전문가 중심의 상품선정위원회 구성 ▲PB 검증제도 신설 ▲통합리스크관리 체계 구축 ▲고객케어센터 신설 ▲해피콜 100% 실현 ▲투자 숙려제도 및 고객 철회제도 도입 검토 등이 포함됐다.

특히, 하나은행의 투자상품 리콜제와 우리은행의 고객 철회제도는 불완전판매 발생 가능성을 대폭 낮추는 방안이란 평가다.

하지만 은행들의 이같은 개편안을 두고 일각에선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비판도 나온다.

옳은 지적이다. 은행이 고령의 치매환자를 포함한 다수 고객들에게 불완전판매를 한 정황이 드러났고 이미 원금을 100% 손실한 투자자도 등장했다. 특히, 그동안 '고객중심', '고객제일주의', '고객감사' 등을 외쳐왔던 은행들이기에 이번 사태는 더 뼈아프다.

하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고치는 것이 낫다.

만약 독일, 영국 등 국채금리가 떨어지지 않아 DLF 투자자들이 이익을 봤다면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설사 이익이 났더라도 은행들이 수수료수익 챙기기에 급급해 충분한 설명 없이 고위험상품을 판매한 것은 분명 문제다. 이번에는 아니었더라도 같은 사태가 언제든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고객보호 뿐만 아니다. 은행을 위해서도 이번 고객자산 관리체계 개편안은 필요하다. 불완전판매를 원천 차단해야 향후 은행이 판매한 고위험상품에서 손실이 나도 100% 은행 책임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앞으로 두 은행이 고객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을 신뢰 회복의 불씨로 삼아 고객보호에 힘쓰는 은행으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