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액 20%↑...갈수록 커지는 보험료 차등제 도입 필요성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액 20%↑...갈수록 커지는 보험료 차등제 도입 필요성
  • 박재찬 기자
  • 승인 2019.10.1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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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이용량 따라 보험료 할증·할인...‘뜨거운 감자’
“자동차 사고와 질병은 달라, 공감대 형성 못하면 저항 심할 것” 지적도

실손보험 손해율 증가로 제도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실손보험료 차등제' 도입이 보험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료 차등제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3400만명의 기존 계약자를 포함한 국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로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생명·손해보험협회가 실손보험료 차등제 도입을 위한 외부 전문기관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5조1200억원이고, 위험손해율도 지난해 말 121.2%에서 올해 상반기 129.1%까지 증가했다.

자료제공=보험연구원
자료제공=보험연구원

보험업계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비급여진료비 감소를 기대했지만, 본인부담과 비급여진료비 모두 증가다. 주요 손보사의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본인부담금은 1조4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1200억원보다 30% 증가했고, 같은 기간 비급여도 2조65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조100억원과 비교해 32%나 증가했다.

보험연구원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지금 속도로 계속 상승한다면 현재 40세가 20년 뒤 부담해야 할 실손보험료는 7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고, 실손보험의 지속성을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보험업계는 도덕적 해이 방지에 초점을 맞춘 실손보험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실손보험 제도개선 방안으로 등장한 ‘실손보험료 차등제’에 대해서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도입 과정과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실손보험료 차등제는 의료 이용량이 많아 보험금을 많이 타가는 사람이 보험료를 더 내고, 보험금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제도다. 쉽게 말해 실손보험도 자동차보험처럼 많이 사용하는 가입자에게는 보험료를 할증하고, 적게 사용하는 가입자에게는 할인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실손보험료는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손해율 상승에 따른 비용을 가입자들이 공동으로 부담하고 있다. 실손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한 나라는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이다. 영국의 경우 실손보험료는 14등급으로 나눠져 있고, 계약자별로 보험료를 최대 70%까지 차등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실손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국민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 도덕적 해이 방지에 초점을 둔다면 차등제 도입은 과도한 실손보험금 청구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차등제 도입으로 질병에 걸린 사람의 실손보험료는 오히려 계속 증가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실손보험료 차등제 도입 시 의료과다 이용자와 의료필수 이용자를 구분해 차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나오고는 있다. 하지만 실손보험 이용자를 구분하는 범위의 적절성과 공감대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실손보험 차등제 도입 시 기존 3400만 건의 계약도 문제가 된다. 신규 계약만으로는 실손보험 차등제 도입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착한 실손보험’ 도입 당시 기존 고객 중 신실손보험으로 갈아탄 계약은 4만여 건에 불과했다. 착한 실손보험도 기존 실손보험 계약자의 공감대는 형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주식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실손보험도 자동차보험처럼 보험료의 개인별 차등을 도입해 할인과 할증으로 주자는 것이 차등제의 핵심인데, 자동차 사고와 개인의 질병을 같은 선상에서 두고는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며 “자동차는 운전자가 조심하면 사고를 최소화 할 수 있지만, 질병은 아무리 조심해도 피해갈 수 없어 계약자의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당한 저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실손보험 차등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제도를 만들고 도입하는 과정에서 계약자들의 공감을 얻어가는 방법은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숙제”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