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불씨 남긴 아워홈 '남매 갈등', 향방은
[이슈분석] 불씨 남긴 아워홈 '남매 갈등', 향방은
  • 전지현
  • 승인 2019.10.11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자재 공급중단으로 시작된 종합식품기업 아워홈 오너가 남매간 갈등이 일단락됐다. 법원이 장남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의 셋째 여동생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공방에 차녀가 가세하면서 향후 구 부회장 경영권에 변수가 생기는 것 아니냔 시선이 제기된다.

사진=아워홈.
사진=아워홈.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이승련)는 아워홈의 3대주주인 둘째 여동생 구명진씨가 신청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조건부 허가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10일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가 아워홈을 상대로 낸 식자재 공급중단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캘리스코는 내년 4월까지 이 회사가 운영하는 돈까스 전문점 ‘사보텐’과 멕시칸 패스트푸드 ‘타코벨’ 등 79개 매장에 식자재를 기존대로 아워홈으로부터 공급받게 됐다.

◆본격적인 분쟁의 신호탄 혹은 '2라운드' 일단락...여전한 불씨

이번 공방은 아워홈이 캘리스코에 10월12일까지 식자재와 정보기술(IT) 지원 서비스 등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와 동시에 아워홈은 12월31일까지 회계·인사 등 관리 IT 서비스계약 등도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캘리스코는 지난달 19일 법원에 상품공급과 운영시스템, 사보텐 가공위탁 용역 공급을 중단하지 않게 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2009년 아워홈에서 물적분할된 캘리스코는 식자재 매입과 IT 서비스 등을 아워홈에 전적으로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사실상 '2라운드 전'으로 구분되는 아워홈 일가 남매 분쟁 시작은 구 대표가 지난 2015년 6월 보직에서 해임되는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 대표는 외식사업부 과장(2004년)을 시작으로 12년간 아워홈 외식사업을 진두지휘하며 경영 일선에서 확장 전략을 펼쳐 외식·컨세션 사업의 '마이다스 손'으로 꼽혀왔다. 당시 업계에서는 장자 승계원칙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범 LG가 가풍에서 벗어나 차기 후계자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구 대표는 기존 경영진과의 갈등을 넘어서지 못한채 계열사 캘리스코 대표로 밀려났다. 동시에 12년간 유지하던 아워홈 등기이사에도 빠지며 아워홈 경영권 승계에서 멀어졌다.

구 대표가 빠진 자리는 그간 아워홈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으로 대체됐다. 구 부회장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헬렌 커티스와 체이스맨해튼은행, LG전자, 삼성물산 등에서 글로벌업무를 익혀왔다.

캘리스코로 자리를 옮긴 구 대표는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사보텐과 타코벨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했고, 컨세션(휴게소나 터미널, 공항 등 시설 임대로 점포내고 영업하는 사업) 사업권도 따내는가 하면, 이미지 개선작업에도 착수했다.

그렇게 아워홈 남매의 승계작업은 장남이 '아워홈'을, 삼녀는 계열사 '캘리스코'를 맡는 것으로 마무리된 듯 보였다. 그러나 아워홈이 지난 3월 캘리스코에 10년간 유지했던 공급관계 종료를 통보하면서 재발됐다.

◆3년 '구본성 체제' 흔들, 남매간 분쟁의 향방은?

다행히 '남매간 분쟁' 2라운드는 법원 결정으로 일단락됐지만, 구 부회장 아워홈 지분이 절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에서 불씨가 남았다는 시선이다. 일각에서는 '차녀-삼녀'와 장남으로 양분된 남매간 경영권 승계 전쟁 시작 아니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구 부회장은 현재 아워홈 지분 3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하지만, 장녀인 구미현씨(19.28%), 차녀 구명진씨(19.6%), 삼녀 구지은 대표(20.67%)가 각각 보유한 지분을 모두 합친 것(55.55%)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르다.

더욱이 차녀 명진씨는 지난달 법원에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을 내면서 남매간 분쟁에 가세한 상황이다. 조선비즈에 따르면 명진씨는 지난 8월 신임 감사 선임을 위한 주총소집 허가 신청서를 냈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11일 이를 허가했다. 

명진씨는 구 부회장의 불투명한 경영방식을 문제삼아 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다만, 법원은 신규 감사 선임 안건에 대해선 필요 여부를 주총에서 먼저 논의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명진씨는 "새로운 안건을 법원이 임의로 추가한 것은 소수주주권 잠탈이자, 상법의 근본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고등법원에 항고할 것을 예고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워홈 경영권 향방과 관련, 장녀 미현씨가 조심스레 부각되고 있다. 향후 경영권 승계 분쟁으로 번질 경우, 미현씨가 어느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아워홈 승계에 실패한 구 대표가 이번 분쟁을 계기로 복귀를 시도할 경우 미현씨 지분이 중요한 열쇠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