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생존 금융’ 가르치는 미국...당하지 않는 ‘금융투자’는 ‘교육’이 밑천이다
[기획] ’생존 금융’ 가르치는 미국...당하지 않는 ‘금융투자’는 ‘교육’이 밑천이다
  • 어예진 기자
  • 승인 2019.10.11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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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3개주에서 고등학교 의무교육에 '금융 교육' 포함
'생존 금융' 가르치는 미국 VS 이론 위주·일회성의 한국 금융교육
배우지 않고 투자하는 것은 '수영할 줄 모르면서 바다에 뛰어드는 것'
이미지=김용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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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스트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말한 투자 명언 중 이런 말이 있다. “위대한 투자자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품은 보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석하지 않고 하는 투자는 패를 보지도 않고 배팅하는 포커 게임과 같다.".

◆ 금융교육, '미래 투자자'의 역량 넘어 '시장 수준' 결정

올해 대형 글로벌 회계법인 미국 본사에 취업한 에릭(Eric 24세)씨는 뉴욕 월스트리트 1위 공립고등학교 출신이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공교육으로 금융교육을 처음 접했다. 에릭은 경제 시간에 선생님이 조별로 준 10억원(100만달러)의 사이버머니를 한 학기동안 운용했다. 어떤 전략으로 어떤 곳에 투자했는지도 조별로 공유했다. 학기말에는 어느팀이 가장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해 점수를 가렸다.

에릭은 "나는 현재도 주식을 하고 있는데, 그때 경험 덕분에 시장에 대한 거부감이나 미숙함은 없다"고 말한다.

20년전 미국 유학 당시 고등학교에서 금융교육을 받았다는 황 모씨(36세)는 "용돈을 올바로 사용하는 법, 신용 카드 한도를 잘 관리해 적당한 지출과 저축을 하는 요령을 배웠다"며 "여윳돈을 저축뿐 아니라 투자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간단한 주식시장에 대해서 배웠는데 이때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명확히 알려줬던 것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생활에 지침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 ’생존 금융’ 가르치는 미국

미국은 현재 43개 주가 고등 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가운데 22개 주는 금융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만 졸업이 인정된다. 이런 상황 마저도 미국 현지 언론들은 실생활에 필요한 금융교육 여건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미국 고등학교 커리큘럼에서는 ‘개인 금융(Personal Finance)’ 수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십여년 전부터 지속된 교육 방식이다.

미시간(Michigan)주에 있는 오케모스(Okemos) 공립 고등학교에서는 ‘개인 금융’ 수업을 통해 ▲자금 관리 목표부터 ▲수익활동과 지출활동 계획 ▲세금의 형태 ▲금전적 손실을 피하는 방법 ▲신용카드를 현명하게 쓰는 법 ▲저축과 투자를 통해 자산을 보호하는 방법 ▲보험을 통해 위험을 피하는 방법 등을 가르친다.

학교 측은 “오늘날 10대들은 성인이 됐을 때 이전 어느 세대보다 더 금융 운용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명문 사립고등학교의 경우는 수준이 더 높다. 수익률 대회를 열기도 하고 수학 수업에 금융을 적용해 배우기도 한다.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정계 인물을 배출한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의 경제 수업에서는 시장의 조직, 세계 경제 속의 정부의 역할을 배우고 토론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제·금융 이슈를 분석하고 이를 위해 이론적인 내용을 습득하기도 한다.

2014년 연방준비제도(FRB)의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금융’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받지 않은 학생들보다 훗날 신용점수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성인이 된 후 낮은 신용점수와 금전문제에 시달릴 확률이 많았다.

◆ 국내 경제 ‘조기교육’ 기회↑… 실효성은 ‘글쎄’

한국도 금융교육의 필요인식이 강해지면서, 정부와 감독기관, 금융교육기관, 금융회사 등은 수년전부터 교육 기회를 만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민관이 참여한 ‘금융교육협의회’를 구성했고,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에 의결기구로 법제화를 예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유관기관과 함께 ‘1사1교’ 사업을 추진해 금융교육을 추진 중이다. 한국거래소와 예탁원도 매년 정기적으로 청소년 위주의 자본시장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는 14년째 청소년부터 일반인에 걸친 금융투자 교육을 이끌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만 온·오프라인을 통해 청소년과 일반인 486만2560명이 교육을 받았다. 삼성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 등 금융회사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매년 수차례 금융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도 일각에서는 형식적일뿐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회성 이벤트가 주를 이루고 있어 습득의 효과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의 ‘1사1교’ 사업의 경우 학교 근처 지점 직원 등 교육에 비전문적인 인력이 나가 2시간 내외의 특강으로 마무리되는 구색 맞추기라는 평가다.

익명의 증권사 관계자는 “학생들 수준도 모르고 뭘 원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학교에서는 재미있는 수업을 원하는데, 업무 외의 일이라 따로 준비하는 것도 부담이다. 우리에게는 기본인 것들이 학생들은 어려울 수도 있다. 조금만 어려워져도 몇 분 지나면 졸고있는 학생이 태반”이라고 귀띔했다.

◆ 공교육에 넣었더니 또다른 문제가…‘교사의 금융 역량’

금융업계와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요구로 지난해부터 고등학교 정규 교과에 금융 단원이 추가됐다. 학생들은 ‘통합사회’ 과목 5단원에서 시장경제와 금융, 자본주의 발달, 경제주체 역할, 안정적인 경제생활과 금융설계 등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이론에 치중됐다는 반응과 입시 위주의 교육에 저 정도면 충분하다는 이견이 맞서는 모습이다. 여전히 지속적인 과제가 뒤따른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것은 해당 교과를 가르칠 교사 역량도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그런 내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 성인들이 현재로서는 부족하다. 이들에 대한 금융교육 과제가 다시 생긴거다. 과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 성인 금융 역량도 ‘미달’…“제대로 알았으면 안 당했는데”

최근 발생한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판매처의 불완전판매 정황과 안일했던 투자자 보호 체계로 좁혀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투자자의 금융지식 부족과 금융회사에 의존적인 모습도 피해를 키우게 된 아쉬운 부분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한국 성인(만18~79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2.2점을 기록했다. OECD 평균(2015년 64.9점)보다 낮은 점수다.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를 비교하고 적절한 정보에 입각한 금융의사결정 ‘역량’이 평균 이하라는 의미다.

지난해 젊은이들의 쌈짓돈을 한순간에 앗아간 ‘비트코인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뜬다는데 일단 넣고 보자’, ‘몇 배 벌 수 있다는데 해볼까?’ 식의 인식에서 비롯된 판단이 피해를 키웠다. 금융 지식을 접할 기회가 없다가 사회에 나오고 나서야 부딪히며 배운 결과는 너무나 아팠다.

경제 및 금융교육 관련 연구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한진수 경인교육대학 교수는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수영에 비유한다.

한 교수는 "돈 관리하는 법을 모르면서 사회생활 하는 것은 수영할 줄 모르면서 바닷가에 뛰어드는 것과 똑같다. 밖에서 펼쳐지는 금융 세상에 대한 무서움을 모르고 ‘그거 뭐 나중에 돈 벌어 천천히 배우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물에 뜨는 법은 배워야하지 않는가? 그것도 안 가르치고 사회에 내보내는 건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비즈트리뷴=어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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