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s LG전자, 8K TV 이어 건조기 신경전
삼성전자 vs LG전자, 8K TV 이어 건조기 신경전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10.0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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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TV'에 이어 건조기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유튜브에 자사 건조기(그랑데)와 LG전자의 제품(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을 간접적으로 비교하는 영상으로 후공에 나서면서다.

논란의 중심은 결국 제품의 청결도다. 어떤 제품이 설계상 먼지가 덜 끼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느냐다.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쟁점화되고 있는 게 바로 '콘덴서 관리 방식'과 '배관 재질에 따른 녹슴현상'이다.
 
삼성 지면 광고 포스터
삼성 지면 광고 포스터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 건조기와 LG 건조기의 차이점은 건조기 내에 있는 콘덴서를 자동으로 세척하는 기능의 존재 여부다. 흔히 '콘덴서'라는 단어는 건조기의 증발기(열교환기)와 응축기를 하나로 통칭함을 뜻하지만, 세척 기능은 엄밀히 말해 증발기에 해당한다. 의류 건조기는 구조상 열교환기에 먼지가 끼게 되는데 장기간 방치할 경우 제품 성능 하락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사용자는 열교환기를 일일이 청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LG전자는 이를 물로 자동 세척할 수 있는 기술(자동 세척 콘덴서)을 자사 제품에 적용했다.

반면, 삼성 건조기는 여전히 열교환기를 솔로 직접 청소해야 하는 수동 세척 형식이다. 언뜻 보면 번거로움 없이 물로 열교환기를 휑구는 자동 세척 제품이 더 좋아 보인다. 하지만 '물'이 오히려 열교환기 청결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콘덴싱 타입의 의류 건조기는 설계상 물이 사용되고, 건조 과정에서 응축수가 생긴다.
 
일반적으로는 응축수를 밖으로 배출하거나 통에 모아 버리는 형식이지만, LG 건조기는 자동 세척을 위해 응축수를 세척에 쓰는 형태다. 그런데 일부 이물질을 머금은 응축수가 열교환기에 그대로 뿌려진 후 밑에 고여버리면 어떻게될까. 완전한 세척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LG 건조기를 저격한 것도 바로 이부분이다. 삼성 건조기는 열교환기에 물을 뿌리는 형태가 아닌, 솔로 세척하는 수동 형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LG전자측은 건조기 설계상 열교환기에 물이 닿고 고이는 현상은 타사 제품도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응축방식 건조기는 열교환기를 통해 생긴 응축수가 밖으로 배출된 후에도 바닥에 어느 정도 물이 남게 되며 모든 제조사에 동일하다"면서 "또 이 잔수는 그대로 고여있지 않고 새로운 응축수가 들어오면 밖으로 배출되며 모든 제조사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랑데는 건조 과정에서 젖어 있는 건조물을 열풍으로 말리다보면 열교환기에 물기가 잠시 맺힐 수는 있으나, 건조가 끝나는 시점에서는 고온의 바람이 열교환기를 지나가면서 잔여된 물이 하나도 남지 않도록 설계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사 제품의 자동세척은 건조 과정에서 발생한 물을 가지고 열교환기에 뿌리는 방식인데, 자사 제품과는 동일한 형식도 아니고, 애초에 발상 자체가 다른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양사의 세척 방식 논란은 급기야 콘덴서 내부 배관 파이프 재질까지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삼성이 "열교환기에 물이 닿을 경우 녹이 슬어 제품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광고하자 LG가 "배관 재질은 모두 동일하다"고 반박한 것.

실제로 콘덴서 내부에 사용되는 부품은 ▲ 블레이드(핀) ▲ 배관 파이브 ▲ 콘덴서(증발기+응축기) 고정 장치 등 크게 3가지다. 열교환기 고정 장치의 경우 삼성은 스테인리스, LG는 철이 사용됐으나 배관 파이프는 모두 구리가 사용됐다. 녹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은 배관 파이프쪽이기 때문에 모든 제품이 녹이 스는 것은 동일하다는게 LG전자측 설명이다.

양사의 건조기 기싸움은 한동안 지속될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최근 독일 시장조사업체 Gfk를 인용해 지난 7월부터 국내 건조기 시장에서 점유율 50%(판매 대수 기준)를 넘어서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LG전자와의 건조기 기술 논쟁이 격화되자 '시장 1위는 삼성'이라고 못박은 것이다.

다만, LG전자측은 "해외 어느 시장조사기관도 국내 가전 시장 시장에 신뢰도있는 자료를 내놓기는 사실상 불가하다"며 "일부 유통채널만으로 추정하는 것이지, 정확한 점유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