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대규모 손실 'DLF 사태'에 금융사 '불완전판매' 지적
금감원, 대규모 손실 'DLF 사태'에 금융사 '불완전판매' 지적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10.0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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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불완전판매·리스크관리 소홀 등 문제있다"
금감원, 우리·하나은행 추가 검사 실시

금융당국이 대규모 손실로 논란이 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판매 과정에서 금융사들의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를 한 금융사에 이번 DLF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본 만큼 향후 피해자 집단소송, 분쟁조정절차, 피해 구제방안 마련 등 금융권 후폭풍이 예상된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점 브리핑실에서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김현경 기자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점 브리핑실에서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김현경 기자

금융감독원은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점에서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에 대한 합동 현장검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DLF 원금 손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8월 말부터 해당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들을 상대로 DLF 상품 설계·제조·판매 등 실태 점검을 위한 합동 현장검사에 나섰다.

검사 대상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은행 2곳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 ▲KB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HDC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 5곳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DLF 판매잔액은 총 6723억원으로, 이 중 5784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만기까지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경우 예상손실액은 3513억원, 예상손실률은 52.3%다.

문제가 된 DLF 상품은 우리은행에서 판매한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상품과 KEB하나은행에서 판매한 미국·영국 CMS 금리 연계 상품이다.

금감원은 DLF 손실 사태에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들의 잘못이 있다고 봤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DLF 상품 설계 제조, 상품 판매, 창구 불완전판매 등 전 과정에서 금융사들이 리스크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가 다수 발견됐다"고 말했다.

특히, 금감원은 DLF 상품을 고객에게 직접 판매한 은행의 경우 상품 설계, 판매 등 전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던 것은 물론, 영업점 성과평가지표에 비이자수익 배점이 과도하게 높아 PB들이 해당 상품을 경쟁적으로 파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은행은 기초자산으로 사용된 금리가 마이너스에 진입한 상태에서 위험성 등 거래조건을 변경해 상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했다. 기초자산인 채권금리가 하락해 기존에 판매한 DLF의 손실가능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상품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상품구조를 바꿔가며 판매를 계속한 것이다.

금감원은 또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검사대상 은행의 경우 영업점 성과지표 중 비이자수익 배점이 과도하게 높고 소비자보호 배점은 낮았다고 지적했다.

원 부원장은 "해당 은행들은 PB센터에 대한 비이자수익 배점을 다른 은행 대비 2~7배 높은 수준으로 부여했다"며 "은행 경영계획에서 매년 수수료 수익 증대 목표나 DLF 판매 목표를 상향 제시하고 은행 본점 차원에서 매일 영업본부에 실적 달성을 독려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즉, 은행 PB들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수수료가 높은 고위험군 상품을 무작정 팔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은행은 또 DLF 상품 위험성에 대한 자체 리스크 분석 없이 손실위험을 0%로 오인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의 백테스트(수익률 모의실험) 결과 자료를 그대로 수용해 DLF 상품 판매에 활용했다.

또 내규상 고위험상품을 출시할 때에는 내부 상품선정위원회 심의 및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금리연계 DLF 상품 중 위원회 심의를 거친 것은 1% 미만에 불과했다.

은행들이 DLF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도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거나 원금손실이 없는 고수익 상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 자료를 배포하는 등 불완전판매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이 두 은행의 DLF 잔존계좌 판매서류를 전수 점검한 결과, 판매 관련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는 20%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감원은 서류상 형식적인 요건을 충족해도 분쟁조정 등을 통해 향후 불완전판매로 판별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동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번 조사 건은 서면으로만 확인된 거고 이 중 불완전판매 의심사례가 20% 내외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분쟁조정 등을 통해 사실관계들을 더 파악하면 이 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은행 뿐만 아니라 DLF 상품을 설계하거나 은행에 소개하고 상품을 운용했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DLF 리스크를 제3자에게 이전하면서 수수료 수익을 창출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경우 외국계 IB와 백투백헤지 계약을 통해 리스크를 직접 부담하지 않은 채 DLS를 발행했고, 이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창출했다. 특히, 외국계 IB와 협의 과정에서 증권사가 투자자 약정수익률을 낮추고 그 대신 증권사 수수료를 높인 사례도 발견됐다.

특정 증권사의 경우 내부 리스크관리부서로부터 금리 하락으로 원금손실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었음에도 DLS 발행을 강행해 사실상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단순 과거금리 추이를 기준으로 실시한 수익률 모의실험(백테스트) 결과가 포함된 상품제안서를 은행에 제공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향후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번 합동검사를 통해 확인된 위규 사항 등에 대해서는 법리검토 등을 통해 제재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분쟁조정과 관련해서는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수준과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해배상 여부와 배상비율을 결정할 방침이다.

분쟁조정신청건에 대해서는 민원 현장조사와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법률검토를 거쳐 빠른 시일 내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다만, 금감원은 현재 단계에서는 배상비율, 분조위 일정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날 고위험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질문에 김 부원장은 "지금 당장 이런 상품에 대해 어떻게 한다든지 그런 것들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재방 방지를 위해서 제재 뿐만 아니라 제도 개선까지도 염두에 두고 전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합동 검사를 하고 있다"며 "이런 상품이 투자자의 판매와 제도, 설계 부분에서 하자가 있는지를 정확히 짚어서 내부통제나 더 규제를 강화할 부분이 있는지 금융위와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향후 검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원 부원장은 "혹자는 왜 그런 상품에 투자했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손실은 금융시장에 기울어진 운동장 속성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 거고 피해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은행도 분쟁조정과정에서 고객보호를 최우선시하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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