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8K 기술 논쟁' ICDM는 불개입…신경전 앞날 '안갯속'
삼성·LG전자, '8K 기술 논쟁' ICDM는 불개입…신경전 앞날 '안갯속'
  • 이연춘
  • 승인 2019.09.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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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8K 기술'을 놓고 신경전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화질 측정기구인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는 승패를 가릴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화질선명도 기준치'를 둘러싼 이번 논쟁에 대해 측정방식 결정 주체인 ICDM이 '판정'을 피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업체의 8K 화질 논쟁에 대해 선의의 경쟁이라기보다는 소모전에 불과하다고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ICDM은 디스플레이 업계의 최고 전문기구로 꼽히는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의 한 분과로,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디스플레이 성능 측정 규격을 정한 뒤 이를 업계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ICDM은 최근 언론 질의에 대한 답변 성명을 통해 "우리는 기업들이 IDMS 자료를 활용해 어떤 데이터를 내놓든 관련 이슈에 대해 개입·중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DMS의 1.1.3 조항에 따르면 우리는 디스플레이 화질 측정과 관련해 의무 값을 정하고 있지 않다"며 "그건 국제표준기구(ISO) 등 다른 표준기구들의 업무"라고 덧붙였다. 이는 ICDM은 측정 방식 규격과 기준을 제시할 뿐 이를 통해 측정한 결과치를 놓고 적합성 여부를 결정하거나 등급을 매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LG전자가 삼성 QLED 8K TV에 대해 "화질선명도가 ICDM 기준치인 50% 미만이므로 가짜 8K"라고 주장하고, 삼성전자는 "화질선명도 지표는 흑백TV 시절에 쓰던 지표이므로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반박한 데 대해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 셈이다.

헬게 시첸 회장은 이와 관련한 언론 질의에 "SID는 새로운 제품의 성능을 측정하기 위한 공인된 '글로벌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디스플레이 기술의 한계를 넘으려는 삼성과 LG의 노력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최근 논쟁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미국·영국·호주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 'QLED 명칭' 사용에 문제없다는 판단에 대해 LG전자는 광고 심의일뿐 초점을 흐리지 말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LG전자가 삼성 QLED TV 광고에 대해 '허위·과장'이라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데 대해 반격에 나섰다. 2017년 삼성 QLED TV를 출시한 이후 해외에서 공식 허용 판정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전에도 해외에서 QLED 명칭이 '전기발광(자발광)' 방식으로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는 모두 '문제없음'으로 결론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는 자발광의 진짜 QLED가 아니라 기존 LCD에 퀀텀닷 시트만 붙인 LCD TV라고 꼬집었다.

LG전자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해외에서 QLED 명칭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주로 광고 심의에 관한 것일 뿐 공정위 판단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논점을 흐리지 말고,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임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1·2위이기도 하지만, 현재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QLED와 OLED 양 진영을 이끌고 있는 양대산맥이기도 하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올 2분기 전 세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1.5%(금액 기준)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고, LG전자는 16.5%로 2위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이처럼 양사가 8K TV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IHS 마킷에 따르면 8K TV 판매량은 지난해 2만대 미만에서 올해 31만대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른바 8K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는 이야기다.

양사가 이처럼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8K 초기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해 분위기를 장악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처럼 양사의 소모적인 신경전이 자칫 후발주자인 중국, 일본, 대만업체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TV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는데 상황에서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소모적인 신경전은 후발주자들에게만 좋은 일"이라며 "QLED와 OLED진영의 선두 업체들로서 자사 제품의 특징을 토대로 선의의 경쟁을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