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도 만났는데…극단 치닫는 LG-SK '배터리 소송전'
CEO도 만났는데…극단 치닫는 LG-SK '배터리 소송전'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9.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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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양사 CEO의 회동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사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 업계에서는 이들의 소송전은 이미 대화로 풀 수 있는 단계를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법인(SK Battery America)을 ‘특허침해’로 제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세부 소송은 SRS®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이다. 회사 측은 이들 특허가 2차전지 핵심소재와 관련 ‘원천특허’에 해당되는 만큼 회피설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소송의 배경이다. LG화학은 이번 소송의 배경으로 지난 3일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에 대한 대응 성격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특허 소송은 경쟁사 등으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한 경우, 정당한 지재권 보호를 위해 특허로 맞대응하는 글로벌 특허소송 트렌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까지 공식적 대응을 삼가고 있지만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6일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배터리 소송전과 관련 회동할 당시만 하더라도 대화로 화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부의 주선으로 만들어진 두 CEO의 만남 과정에서 입장차를 좁히지는 못했지만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열흘만에 LG화학이 추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들의 회동은 추가적으로 진행되기가 어려워졌다. 중재를 노력했던 정부도 문제에 개입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이번 소송으로 양사의 소송은 총 5건으로 늘어났다. 지난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 ITC와 델라웨어지방법원에 고소한 것에 이어 5월 서울지방경찰정에 ‘산업기술 유출’ 관련 수사 의뢰를 했고 SK이노베이션은 6월 LG화학에 대한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지난 3월 ITC와 델라웨어지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사실상 보복과 보복이 이어지는 소송전이 앞으로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사실상 CEO간 대화로 풀 수 있는 단계가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사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고 각 소송이 모두 상대방의 배터리 사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CEO의 판단으로 풀기는 어려워졌다”며 “SK그룹, LG그룹 총수가 나서지 않고서는 화해 국면으로 가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