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美 합작사 투자로 본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현대차그룹, 美 합작사 투자로 본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9.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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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자율주행전문기업 앱티브와 합작법인(JV)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의 공동출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로서 향후 진행될 지배구조 개편에서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는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의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시나리오가 더욱 유력해졌다는 평가다. 

25일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이번 앱티브와 JV 설립에는 총 2조39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현대차가 1조2390억원, 기아차가 6670억원, 현대모비스가 4760억원을 각각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향후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자회사의 손자사 지분 확보 규정을 위해 출자사를 통합해야 할 필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합작회사 투자와 같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함께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이 사용될 경우 지주회사 체제로 이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현대차그룹은 향후 지배구조 변경과정에서 지주회사 체제를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던 당시에도 지주회사 체제를 택하지 않았다. 현대카드 등 금융계열사의 매각을 비롯해 대규모 투자에 대한 자금 동원 필요성 등을 이유로 꼽아왔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지분을 사들였던 사모펀드 엘리엇은 그동안 현대차그룹에 지주사 전환을 토대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 등을 제안해왔다.

사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엘리엇을 비롯한 투자자의 반대로 지난해 중단됐지만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조금씩 진행돼 왔다. 대표적으로 SI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가 지난 2월 성공적인 상장을 마쳤고 지난해 10월 계열사 현대다이모스-현대파워택의 합병을 통해 현대트렌시스를 새롭게 출범했다.

아직 남은 과정은 더욱 많다.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오너일가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 및 이를 위한 막대한 자금 확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를 그룹의 중심으로 두는 시나리오가 아직 유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고리 4개에 모두 들어있는 이 회사를 통한 그룹 지배가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어떻게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변수가 아직 적지 않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토에버가 어떻게 활용될지가 관전포인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내년 주총을 앞두고 구체화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주주를 설득하기 위한 실적 개선과 주주 친화 정책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