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기조에 예금금리가 1%대로 내려앉으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음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예금금리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통신, 여행업계 등과 제휴하거나 자체 고금리 특화 상품을 내놓으면서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이날부터 금융플랫폼 페이코(PAYCO)에서 1년 정기적금에 가입하면 최고 연 5.0% 상당의 이자와 페이코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페이코 X SC제일은행' 적금을 판매한다. 기본금리 연 1.6%에 첫 거래 고객, 페이코서비스 이용 고객 등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8일 자체 주택청약종합저축과 함께 가입하면 연 3%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신한 마이홈 적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당일에 한해 가입 가능한 자유적립식 적금 상품이다. 기본금리는 2%고 적금 만기시점에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보유하기만 하면 우대금리 1%포인트를 더해 3%를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5일 최고 연 6.0% 금리와 여행객 맞춤형 제휴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여행적금2'를 출시했다. 가입기간 6개월 또는 1년인 정기적금으로, 기본금리 연 1.8%(가입기간 1년 기준)에 우대금리 최대 연 4.2%포인트를 제공한다.
특히, 이번 '여행적금2'는 지난해 출시 7개월 만에 완판(20만좌)을 기록했던 '여행적금1'의 인기에 힘입어 기획된 상품으로, 출시 1개월도 안돼 현재 판매량 10만좌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모바일 금융서비스 핀크, SK텔레콤과 협업해 5%대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T high 5적금'을 출시했고, 웰컴저축은행도 LG유플러스와 제휴해 최대 연 8%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적금 상품 'U+웰컴투에이트'를 선보였다.
이처럼 은행들이 앞다퉈 고금리 상품을 내놓는 데에는 고객 유치 뿐만 아니라 예대율 규제 강화에 대비해 예수금을 늘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대율은 원화 예수금 대비 원화 대출금 비율로, 예대율 비율은 100%를 넘기면 안된다. 100%를 넘을 경우 신규대출 등 영업에 제한을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오는 2020년 1월부터 새로운 예대율 산정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은행의 원화 대출금 규모 산정 시 가계대출에 115%, 개인사업자대출에 100%, 기업대출에 85%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주 골자다. 현재는 모든 항목에 100%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즉, 새로운 예대율 산정방식에 따라 은행들이 예대율 100%를 맞추기 위해서는 가계대출은 줄이고 기업대출은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우량기업 위주의 대출을 할 수밖에 없어 기업대출을 무작정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은행들이 고금리 적금을 내세우며 예수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예대율 관리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율을 맞추는 게 예금을 늘리거나 대출을 관리하든가 둘 중 하나인데 결국은 예금을 늘리는 쪽으로 갈 것"이라며 "은행으로서는 경기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량한 기업 위주로 자산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새 예대율을 대비해서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고금리 특판이나 고금리 적금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